식량 가격 급등에 생활고 악화… “좀 있으면 사람도 잡아 먹겠다”

혜산 시장서 쌀 1kg 6000원대로 올라서…길거리 장사로 생계 유지하는 노점상들 특히 타격

양강도 혜산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장마당에서 쌀,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민들의 생활고가 한층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6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현재까지 혜산시 장마당에서 쌀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부터는 쌀 1kg당 가격이 6000원대로 올라서 곡기가 끊긴 이른바 ‘절량세대’가 한층 증가하고 주민들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현재 식량 가격 급등에 가장 큰 위협을 받는 주민들은 길거리 장사로 생계를 이어오던 노점상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로 장사 밑천까지 다 잃은 상황에서 당국의 길거리 장사 통제 강화에 식량 가격 상승이라는 악재까지 겹치자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혜산시의 길거리에서 떡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 오던 한 주민은 지난 6월부터 제대로 된 벌이를 하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라도 벌어보려고 떡을 만들어 나섰으나 안전부의 길거리 장사 통제로 떡을 팔지도 못하고 빚만 가득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더욱이 돈을 빌려 장사를 해왔던 그는 벌이가 없어 이자를 갚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2회 외상 이자를 갚지 않으면 이자는 이자대로 불어나고 신용은 신용대로 잃어 다시는 돈을 빌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된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런 상황에 시장의 식량 가격까지 계속 오르자 이 주민은 ‘이제는 아예 길거리에 나앉게 될 형편’이라며 신세를 한탄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보릿고개가 지났음에도 식량 가격이 떨어질 줄 모르고 오히려 오르고 있어 주민들 속에서 ‘좀 더 있으면 사람도 잡아먹겠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민심이 흉흉하다”며 “식량 가격 폭등으로 먹지 못해 출근을 포기하는 주민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렇듯 식량 가격 상승으로 주민들이 생활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북한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과 4월만 해도 국가에서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식량을 공급하거나 시장에서의 식량 가격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지금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어 ‘정부가 이제는 아예 손을 놓아 버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정부가 시장 물가나 환율 상승 등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와 연관된 부분에 나서기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죽했으면 보위원이나 안전원들은 내세워 주민 통제에만 열을 올리겠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