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0년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당시 47세)가 해상에서 북한 해군경비정을 만났을 당시 북한군에 월북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북한 내부 증언이 나왔다.
이 씨가 월북할 목적으로 북측 영해에 침입했는지를 두고 여야의 진실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본지는 최근 당시의 정황을 알고 있는 북한 간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서 이 간부는 “남측 인원이 우리 영해로 넘어온 이유가 표류라는 것을 알았지만 우리 군은 규정과 교범대로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북한 당국도 이 씨가 표류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 달리 북측 영해에 달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 간부는 이 씨가 당시 월북 의사를 밝혔냐는 질문에 “남측 인원을 발견하고 우리(북측 해군 병력)가 월북하겠다는 것인가 물었지만 그냥 살려달라고만 했다”고 답했다.
아래는 북한 간부와의 인터뷰.
–피살된 남측 공무원 이 씨가 북한 경비정과 맞닥뜨렸을 때 북측 군인들에게 가장 먼저 했던 말은 무엇인가.
“‘살려달라’는 말이었다. 남측 사무원(공무원)이 발견됐을 때 우리 군을 보고 ‘살려달라’, ‘도와달라’라는 말을 반복했다. 개인 자료를 물었을 때 자신이 남측 공무원이라고 했다. 우리가 월북하겠다는 것인가 여러 차례 물어봤지만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그냥 살려달라고만 했다. 침착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계속해서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살한 이유가 무엇인가.
“평민이었다면 우리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남조선 일반 인민을 제외한 군대, 사무원들은 전부 적(敵)으로 규정한다. 또한 작전 해수역으로 들어온 적군 사무원을 우리나라 방역 규정과 해안 규정대로 처리했을 뿐이라는 것이 군의 결론이다. 군은 당에서 남조선과 대화를 하든 협력을 하든 모든 사안을 전시처럼 처리한다는 게 기본이다. 특히 연평도 사건 이후 해군 8전대에서는 이러한 규정이 더욱 명확하게 강조된다. 남측 인원이 우리 영해로 넘어온 이유가 표류라는 것을 알았지만 우리 군은 규정과 교범대로 한 것 뿐이다.”
–지침대로라면 영해 침입자를 발견한 즉시 사살했어야 하지 않나. 왜 이 씨를 발견한 지 6시간 뒤에야 사살했나.
“만약 우리 측 인원이었으면 즉시 사살했을 것이다. 국경 완충지역에 들어설 경우 사살하라는 지침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 주민은 아니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상부에 상황을 보고했고, 이에 대한 지침을 기다렸던 것이다. 더욱이 당시는 전염병과의 대치 상황으로 인해 국경과 전연(전선), 해안, 공중 모든 곳이 전쟁터였다. 지금은 우리나라에 코로나가 들어와서 경험을 해 봤으니 그냥 쎈 감기 수준이라고 알지만, 당시만 해도 걸리면 멸살 당하는 것처럼 당에서는 포치(지시)를 했다. 생포하는 순간 그와 접촉한 모든 기구, 장비, 군인들은 죽음의 공포에 휩싸이는데 생포하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대상자는 괴뢰기관에 복무하는 사무원이고 어부나 평민도 아닌데 우리 해안처리 규정대로 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통일전선부 통지문을 통해 남측에 직접 사과의 뜻을 전했다. 북측의 규정대로 영해 침입자를 사살한 것이라면 김 위원장이 직접 사과할 필요도 없지 않았나. 김 위원장이 이러한 뜻을 밝힌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 속뜻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통전부가 위임받아 보낸 통지문이다. 당시 정치적인 상황상 이러한 통지문을 보내는 게 우리 국가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하에 통전부가 주체적으로 발신한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이런 내용은 일반 주민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일반 군부대에서도 모르는 사안이다.”
–최근 한국 정치권에서는 이 사건을 재조사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우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규정대로 처리했고 앞으로 그런 일이 생겨도 똑같이 처리할 것이다. 오직 우리는 상부의 명령 지시와 규정대로 움직인다. 개인의 생각이라는 것은 없고 오직 상부의 명령 지시가 지상 과업이다. 남조선 사무원에 대한 문제이니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남조선이 알아서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