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부족에 값 치솟자 개인 판매 강력 단속…한도 가격도 제시

소식통 "개인에게 가서 약을 사는 게 비싸긴 해도 편리…개인 약장사 완전 단속 어려울 것"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월 25일 ‘당중앙의 별동대, 혁명군의들은 오늘도 인민보위의 최전방을 지켜간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수도방역에 헌신하고 있는 인민군 군의부문 전투원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내 의약품 부족 문제가 심화하자 당국이 개인의 약품 판매를 강하게 단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허가받지 않은 개인이 시장이나 가정에서 의약품을 팔다 적발되면 상품을 전량 몰수하고 있어 주민들이 비상시 약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전언이다.

복수의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이하 연합지휘부)는 이달 초부터 개인의 의약품 판매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본래 북한은 일반 주민의 의약품 판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약을 구하려는 주민이 워낙 많아 시장관리소에서도 상인들이 단속을 피해 의약품을 파는 행위를 어느 정도 눈감아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연합지휘부가 약 장사를 하는 개인 집 앞에 잠복하고 있다가 약을 파는 순간 들이닥쳐 판매자가 가지고 있던 약을 모조리 압수해 병원이나 군대에 보내고 있다고 한다.

북한이 이렇게 의약품 판매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나선 것은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던 의약품을 주민에게 기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애민 리더십을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최근 황해남도에서 수인성 전염병이 폭증하자 자신의 가정에서 준비한 약품을 보내며 “약품들을 빨리 전해주어 치료사업에 조금이라도 보태게 해달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이 먼저 약품 기부를 시작하자 김여정 당 부부장과 조용원 조직비서 겸 조직지도부장 등 핵심 측근과 중앙당 간부들도 의약품 기부에 동참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에서 시작된 약품 기부는 최근 지역 간부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함경북도도 주민 의약품 지원 호소 “책임일꾼들부터 앞장서자”)

북한이 황해남도 해주시 일대에 ‘급성 장내성 전염병’이 발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달 16일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고지도자용으로 준비된 의약품을 해주시에 지원하면서 각종 대응책을 지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그런데도 북한 내에는 의약품이 턱없이 부족해 시장에서 약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실제 항생제 한 통에 북한 돈 2만원이 넘는 것은 물론이고 아스피린과 같은 해열 효과가 있는 약은 쉽게 구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약품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시장에서도 한 상자나 혹은 1회당 분량으로 약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한 알에 2000~3000원의 가격에 약을 팔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의약품 밀거래가 이뤄지면서 내적으로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북한 당국은 개인의 약품 판매를 강력하게 단속, 통제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의약품이 국경봉쇄 전보다 크게는 10배 이상 오른 가격에 시장에서 판매되기도 하면서 최근 각 지역에 의약품 한도 가격을 공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포치에는 ▲나비침 250원 ▲클로람페니콜(항생제의 일종) 3102원 ▲일회용 주사기 245원 ▲젖산링게르 3870원 ▲겐타미찐(설사에 효과, 세균성 질환의 항생제로 쓰임) 615원 등 개별 의약품들과 함께 ‘제시된 가격 이하로만 판매하라’는 의미의 한도 가격이 적시돼 있다.

북한이 공표한 의약품 가격은 국정가격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개인 의약품 판매자들이 도매로 약을 살 때도 이보다 비싼 가격에 사기 때문에 그들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가격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즉, 북한이 약품 한도 가격을 제시한 것은 국가가 약 판매를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차원일 뿐 실제 현실에서는 적용되기 어려운 지시라는 얘기다.

소식통은 “의약품이 턱없이 부족하니 당국이 공식 통로를 통해 약품을 주도적으로 공급하려고 이런 단속을 강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약국에도 약이 없을 뿐더러 지역마다 한두 개 있는 약국까지 언제 가겠냐”며 “시장이나 병원 근처에 있는 개인 약 집에 가서 약을 사는 게 비싸긴 해도 편리하고 다양한 약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개인 약장사를 단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