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한 가족 사진 소유는 반역”…황당한 주장 펼치는 북한 당국

소식통 "실제 가택 수색에서 나온 사진 소각하기도"...내부 공포심 극대화 전략인 듯

/그래픽=데일리NK

최근 북한 당국이 이른바 ‘계급투쟁’을 명목으로 ‘탈북 가족 사진을 소각하라’는 지시를 각 지역 보위부에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청진시 보위부에서는 탈북 가족이 있는 세대를 방문해 사진첩 검열을 진행 중이다.

이는 탈북 및 행방불명자들에 대한 전수 재조사와 흔적 지우기를 차원으로 오는 공화국 창건일(9·9절)일까지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보위원들은 협박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일단 ‘탈북민들은 자신의 향락만을 위해 가족과 조국을 배신하고 다른 나라로 도망쳐 자신을 낳아 키워준 어머니 조국을 헐뜯지 못해 안달 나 하는 민족 반역자들’이라는 상투적 비난으로 시작된다고 한다.

그러다가 ‘나라를 배신한 자들의 사진을 가지고 있는 건 그들과 동조하겠다는 것’ ‘가족이라는 이유로 그들(탈북민)의 사진을 몰래 감추어 놓고 보다가 발각될 경우, 당의 방침과 지시를 거역한 반역행위로 간주하고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는 식으로 공포의 수위를 올리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와 관련 실제 지난 12일 청진시 포항구역에서는 보위원들이 탈북 가정을 찾아다니며 등록된 명단과 실제 이름과 얼굴을 대조하는 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또한 가택 수사를 통해 나온 탈북한 가족의 사진은 현장에서 소각했다고 한다.

또한 이 과정에 보위원들은 ‘이외 따로 건사하고 있는 사진이 없는가’를 수차례 추궁하면서 ‘훗날 다른 사진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처벌을 받게 된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북한 당국의 이번 조치는 탈북민들을 통해 주민들에게 외부정보와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이 확산될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읽혀진다.

소식통은 “남한으로 간 사람들이 여기(북한)에 남은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에 돈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과정에서 체제를 위협하는 요소가 많이 유입되고 있다는 판단에 탈북민들의 사진마저 없애라는 지시를 하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통해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투쟁 강도 강화를 천명한 북한 당국이 외부 문물 유입 요소를 철저히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뜻이다.

또한 북한 내 탈북 가족에게 공포심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도 엿보인다. 전반적 재조사 및 가택 수사를 명목으로 ‘모든 걸 다 알고 있으니 도강이나 탈북 등은 꿈도 꾸지 마라’는 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전략이라는 뜻이다.

한편 내부 주민들 사이에서 동요가 커지는 모양새다.

소식통은 “자식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된 것도 가슴이 아픈데 사진을 없애라는 지시가 하달됐다는 점에서 불만도 적지 않다”면서 “탈북한 가족의 사진을 가지고 있다가 적발될 경우, 어떤 처벌을 받을지 몰라 소각하면서도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는 주민들도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