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장기화에 나선시도 아동 영양실조…부랴부랴 빵 공급 결정

인민위원회에 공급 임무 ‘떠넘겨’...현장서는 “노인들도 굶고 있는데” 지적 나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9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국가적 부담으로 전국 어린이들에게 젖제품(유제품)을 비롯한 영양식품을 보장할 데 대한 결정이 채택된 때로부터 1년이 됐다”며 “전국 모든 시·군들에 젖제품 생산기지들을 신설, 확장하기 위한 사업이 강력히 추진되고 생산능력이 확대돼 온 나라 어린이들에게 맛있고 영양가 높은 젖제품들을 정상 공급할 수 있는 전망이 열렸다”고 선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코로나 국경봉쇄 장기화에 따라 그나마 경제적 형편이 양호한 편으로 평가받던 북한 나선시에서도 아동이 영양실조에 쓰러지는 일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보고에 나선 시당(市黨)은 어린이들에게 하루에 빵 2개씩을 공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에 “나선시당은 최근 3살부터 6살까지의 어린이들에게 하루에 빵 2개를 무조건 보장해 줄 것을 당 결정으로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같은 결정에는 심각한 상태의 영양실조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는 하급 단위의 보고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북중 국경지역이자 경제특구로 오랫동안 활발한 무역활동이 이뤄져 왔기 때문에 인민경제가 다른 지역보다 나은 것으로 평가돼 왔었지만, 2년이 넘는 국경봉쇄로 상황이 악화됐다는 점을 인지했다는 뜻이다.

시당은 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구체적으로 선봉 빵공장을 선두로 시내 식료품 공장들이 함께 도모해 생산할 것을 지시했으며 밀가루, 강냉이(옥수수), 사탕가루(설탕), 기름 등 물자들은 시 인민위원회의 모든 부서가 담당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시당이 아닌 인민위원회나 각급 일군(간부)이 책임지는 ‘자력갱생’을 이번 사업에서도 강조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시당은 “나라에 손을 내밀지 말고 무역이 열릴 때까지 밀가루나 대용 빵 원료를 잘 찾아내고 부업밭, 원료기지를 총동원하여 무조건 자재를 보장하는 원칙을 내세웠다”고 한다.

나아가 “무역이 완화되면 소학생(우리의 초등학생)들까지 확장해서 보장할 것”을 결정하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하급 간부들에게 부담을 더 지우는 방식으로 나아갈 점을 분명히 했다는 뜻이다.

아울러 시당은 빵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여러 문제들을 실천해나가는 데서 창의·창발성을 발휘하라면서 하반년도에 분야별로 총화(평가)를 단단히 지을 것을 지적했다고 한다.

먹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하면서 정신무장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하급 간부들 사이에서 “엄혹한 경제난 속에서 아무리 발이 닳도록 뛰어 다녀도 성과를 이룰 수 없는 형편”이라는 불만과 함께 “굶고 있는 노인도 많은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하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