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끝냈다’ 허위 보고…북한 당국 “오지게 총화하겠다” 엄포

가혹한 처벌 우려에 거짓 상황 만들어내...소식통 "물, 인력은 물론 기름도 부족"

북한 모내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수확량 확대를 위한 농민들의 열의를 부각했다. 신문은 “유례없는 가뭄과 방역 위기 속에서도 기본면적의 모내기를 적기에 끝낸 황해남도 농민들이 그 기세를 늦추지 않고 앞그루 농사 결속과 뒤그루 작물 심기, 비료주기, 김매기를 동시에 완강히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신문이 최근 유례없는 가뭄과 최대비상방역 위기 속에서도 모내기를 적기에 결속(완료)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정작 일부 지역에서 처벌을 우려해 중앙에 허위 보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이달 초부터 시작됐다. 내각 농업위원회는 당시 전국적인 ‘모내기 전투’ 정형(실태)를 분석하기 위해 각 도에 상황을 수시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15일까지 모내기 끝내라는 당부도 이어졌다. 표면적으로는 상황 파악 및 독려로 보이지만 그동안 북한의 행태로 볼 땐 ‘만약 제때 임수를 완수하지 못할 경우 혹독한 처벌이 각오하라’고 으름장을 준 셈이다.

당연히 각 도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오랜 논의 끝에 100% 끝내지 않은 상황에서도 거짓 보고를 하자는 식으로 결론을 도출한 곳도 있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평안남도는 지난 9일 중앙에 모내기 결속을 보고했다. ‘5일 정도 더 하면 끝날 것 같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내부 판단이 작용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이보다 더 처참했다고 한다. 5일 만에 끝내라는 느닷없는 지시에 평남 문덕군, 숙천군, 평원군에서는 밤에 횃불을 지펴놓고 주야(晝夜)로 모내기를 다그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소식통은 “(중앙에서는) 15일까지 다 하라고 했지만, 아직도 모내기를 끝내지 않은 곳이 있다”면서 “물과 인력은 물론 기름도 부족한데 어떻게 빨리 결속될 수 있겠냐”라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올해 초 북한 당국이 황해남도 다음가는 곡창지대인 평안남도엔 당(黨)의 배려와 비상방역지휘부의 특단 조치로 이앙기 100여 대가 공급됐지만, 연유(燃油) 값이 오르면서 이조차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각 도의 보고에 북한 당국은 ‘양심적으로 했는지는 가을걷이에서 나타날 것’ ‘그때 가서 오지게 총화하겠다’고 강조하면서도 ‘올해 알곡 생산 목표를 점령하지 못하면 몽땅 책임질 줄 알라’고 엄포도 놓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이런 와중에 평안남도는 “이후 전기가 보장되지 못하면 논에 물 대는 일이 어려워 소출이 적게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애로를 풀어달라”고 당국에 호소했다고 소식통은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