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코로나 사망자 제대로 집계 안 돼…처벌 우려에 축소·은폐

북한 방역요원이 기업소 노동자의 발열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방역의 ‘컨트롤타워’인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일일 사망자를 제대로 집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사망자를 보고할 시 책임이 자신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한 지역 단위에서 중앙에 이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집계가 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일 보고→중앙 요청 시 주·월 단위 보고→일일 보고…보고 지침 ‘혼선’

20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은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관련 보고 지시가 세 차례에 걸쳐 변경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12일 북한이 공식적으로 코로나 발생 사실을 밝혔을 때부터 그달 말까지는 의진자(의심 환자), 유열자(발열자), 격리자, 완쾌자, 사망자 등 전부를 통계로 일일 보고했고, 6월 초에는 도별로만 사망자 통계를 내고 중앙에서 요구하면 주나 월간 누적 사망자 수를 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더니 최근에는 중앙에서 다시 일일 보고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의진자, 유열자, 격리자에 대한 보고는 계속됐지만, 사망자 보고와 관련해서는 중간에 한 차례 지침이 변경됐다 원래대로 다시 돌아왔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첫 번째 지시와 세 번째 지시는 정상적인 통계를 위한 일일 보고체계로 가라는 것이고, 두 번째 지시는 병이 감기 수준임에도 사망자 수가 알려지면 주민들의 방역 의지가 박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내려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6월 초 내려진 두 번째 지시는 국가비상방역사령부 지휘부에 속한 당·정·군·사법·안전·보위 방역 총지휘관들이 공동대책 의견을 제의해 비준받은 사안이다.

책임·처벌 우려에 사망자 축소 또는 은폐…“원수님도 가짜보고 받아”

문제는 북한 방역 당국이 사망자 숫자를 축소해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조차도 코로나19 사망자 숫자를 정확히 알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지방 비상방역지휘부들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코로나 비루스 사망자 보고를 하고 있고 국가비상방역사령부도 이것을 그대로 내보내지 않고 줄이거나 없애서 내보내고 있다”며 “전원회의에서 방역 대처에서 나타난 지방 일꾼들의 무책임성을 질타하고 책벌, 처벌하겠다고 해 더 소극적으로 보고하려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사망자 수를 사실대로 보고하면 전염병 대처에 미흡했다는 것으로 책임을 지거나 처벌을 받게 된다는 우려 때문에 담당자들이 자체적으로 축소해 보고하거나 은폐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소식통은 “국가비상방역사령부도 거짓 보고를 내고 있으니 지방을 나무랄 수 없다”면서 “그러니 원수님(김정은)은 당연히 가짜 보고를 받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 확진자 발생에 따라 5월 12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당 중앙위 제8기 제8차 정치국 회의를 소집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사망 원인에는 다른 병명 기재…‘코로나 사망 의심자’로 분류하기도

이런 가운데 지역 단위의 방역 담당자들은 상부에 사망자의 사망 원인을 보고하면서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병명을 기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통계 보고 규칙에서 도·시·군 사망자 수를 적는 란 옆에 비고란이 생겼는데 여기에 사망 이유를 써서 보고해야 한다”며 “기저질환 환자, 고령층, 아이 전부를 보고하면서 옆에 병명을 코로나라고 적어 올려보내는 지휘부가 적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황해북도 소식통은 “사리원에는 코로나로 사망하는 사람이 적거나 거의 없다고 보고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죽은 사람이 나오면 사인을 질병이나 일반 병명으로 처리하기 때문”고 전했다.

다만 그는 “55살 이하 사망자 중 발열 등 이상 증세를 보이다 사망한 사람만 코로나 사망 의심자로 분리해 통계로 올려보내고 있다”며 “사리원에서는 한 달간 21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다 일반질환이거나 코로나 사망 의심자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별다른 질환이 없던 주민이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이다 사망하는 경우 ‘코로나 사망자’가 아닌 ‘코로나 사망 의심자’로 따로 분류하는 셈이다.

사망자 통계 보고의 실상은 이렇지만, 지역 및 하부 단위의 방역 담당자들은 전염병 상황과 관련한 전반적인 통계 보고를 위해 매일 같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시, 군, 구역, 동, 리, 생산기관, 단위, 단체별 비상방역 일꾼들이 오후 5시까지 상부에 일일 보고해야 한다”며 “시, 군 이하 단위 비상방역 일꾼들은 차, 오토바이, 자전거 심지어 발로 뛰면서 담당구역 통계를 장악해 매일 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