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주민들에게 전염병 대처법을 안내하고 있지만, 실제 주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내 문자에서 언급된 의약품은 구하기가 어렵고 민간요법은 이미 다 아는 내용이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과학적인 치료 방법을 일반전화기(피처폰), 지능형손전화기(스마트폰) 구분 없이 단문 통보문(SMS, 피처폰용), 다매체통보문(MMS, 스마트폰용)으로 받고 있다”며 “중앙 비상방역지휘부에서 통보문을 보내는데 격리자나 비격리자나 다 공통된 내용으로 온다”고 17일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안내 문자에는 ▲유열자(발열자)·격리자는 모든 약을 사용할 때 전문 의료일꾼 지시하에 사용 ▲페니실린과 세프트리악손(항생제)은 전문 의료일꾼 항생제 반응검사 후 사용 ▲기침·가래 시 항생제, 해열진통제 사용법 ▲해열제 외 졸론(프레드니솔론)은 하루에 1번 사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의약품을 쓸 때는 반드시 의사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북한에서는 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국가 의료체계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주민들에게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북한 주민 상당수는 국가의 부실한 의약품 공급으로 장마당에서 직접 약을 구해 사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사고도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약물 오남용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을 우려해 전문가의 진단과 처방을 받도록 안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안내 문자는 실제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소식통은 “통보문에서 알려준 방법으로 하려 해도 내용 복잡해 실천하기에 불편하다”며 “여기에 지방이나 일반세대들에는 페니실린이나 졸론이 하나도 없다”고 설명했다. 지나치게 어려운 투약 방법과 의약품 부족 문제로 안내대로 따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어 그는 “병원에 못 가게 하는데 약을 어떻게 쓰라는 의사 말을 어떻게 들으라는지 모르겠고, 어떤 때는 사 먹을 수도 없는 약 이름을 안내한 적도 있다”면서 “약물 부작용으로 죽거나 약을 함께 써서 죽은 사람들이 많아 몰상식한 약 문제는 바로잡아야 하지만 약 자체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식통은 “간혹가다가 민간요법 치료 방법도 통보문으로 오는데 우리가 다 아는 함수, 냉수 마찰하라는 내용”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휴대전화가 없어 안내 문자를 받지 못하는 주민들은 다소 불만스러운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손전화기가 없어 통보문을 못 받는 주민들은 ‘한 하늘 아래 다른 나라 사람 같다’, ‘나라는 사회주의인데 손전화 공급은 자본주의라서 그렇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다 텔레비(TV)나 선전방송으로도 알려주는 새롭지 않은 내용이라 손전화가 없으면 다른 수단으로 정보를 들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1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정보산업성에서 악성 전염병 치료 방법과 관련한 자료들을 입수하는 즉시 손전화 알림 통보문으로 전국의 이동통신 가입자들에게 전송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