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안북도 태천군의 한 농장이 모자라는 볏모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사적 단위 농장의 볏모를 훔쳤다가 적발돼 문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에 “평안남도 태천군의 한 협동농장이 모내기 결속이 임박한 상황에서 볏모가 턱없이 부족하자 인접한 사적 단위 농장의 볏모를 훔쳤는데 이것이 들통나 안전부와 보위부의 수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태천군에서는 올해 농사에 필요한 여러 자재를 사적 단위 농장 위주로 공급해 일반 협동농장은 논에 낼 볏모를 제대로 생산해내지 못했다. 모판 관리에는 기본적으로 비닐 박막이 필요하나 일반 협동농장들에는 비닐 박막이 턱없이 부족했고, 이에 적정 온도를 유지하지 못해 많은 볏모가 죽어 나갔다는 것이다.
이에 불만을 가진 한 협동농장에서는 ‘사적 단위 농장만 모든 자재가 보장되고 우리 같은 일반농장은 아무리 애써도 곤경을 겪는다’면서 자재를 보장하려면 사적 단위 농장에 공급된 것을 훔쳐 오는 길밖에 없다고 보고 모판 관리를 시작할 때부터 실제 비닐 박막을 조금씩 훔쳐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렇게 야금야금 도적질해 온 것으로도 충분치 않아 결국 볏모를 전반적으로 살려내지 못했고, 모내기 철에 들어서는 논에 낼 모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농장에서는 이를 해결할 방도는 볏모가 풍부한 사적 단위의 모를 훔쳐내는 것밖에 없다고 보고 이웃한 은흥리의 사적 단위 농장에서 볏모를 훔치기 위한 작전을 짰다”며 “실제로 청년 분조의 젊은 청년들로 결사대를 만들어 볏모 훔치기에 나섰지만, 꼬리가 길어 결국 발각되고 말았다”고 전했다.
합심해 사건 수사에 나선 군 안전부와 보위부는 이후 주모자와 관련자인 협동농장 작업반장 2명과 청년 분조원 8명을 전부 체포하고 이들을 군 안전부 구류장에 가둔 것으로 전해졌다.
농장은 가뜩이나 일손이 달리는 통에 손이 발이 되도록 잘못했다고 빌었지만, 사법기관에서는 ‘자기 농장뿐만 아니라 이웃 농장의 농사까지 망쳤으니 법적으로 강도 높게 처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 사건에 대해 군당과 사법기관에서는 국가재산 절도죄, 방역규정 위반 행위에 더해 사적 단위 농장을 건드린 불순한 정치적 의도까지 합치면 무기형을 줘도 시원치 않다고 으르고 있다“며 ”다만 이것이 겁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무기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있어 붙잡힌 이들의 가족들은 울며불며 침통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3일 1면에 ‘최대비상방역상황에서 완강한 공격전으로 안아온 성과’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전국적으로 10일까지 기본면적의 모내기가 끝났다”며 “한해 농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영농공정인 기본면적의 모내기가 전국적 범위에서 성과적으로 결속됨으로써 올해 알곡 생산목표를 점령할 수 있는 담보가 마련되게 됐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