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방 당위원회 일꾼들의 보신주의적 행태를 단속하기 위해 중앙당 규율조사부 검열단을 파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에 “군당 생활이 어려워진 일꾼들이 리(里)나 농장, 기관들로 빠지고 있는 현상을 통제하기 위해 지난 6일 평안북도 태천군 당위원회에 10여 명의 중앙당 검열 성원들이 파견됐다”며 “이들은 가장 어려운 때 군(郡)의 당적 지도기관인 군당을 떠나 편한 곳으로 간 모든 인원에 대해 요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북한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각종 어려움 속에서 모든 책임을 하부 말단 군당의 간부들이 짊어지게 되자 이에 부담을 느낀 이들이 군당을 떠나 이른바 ‘먹을 알’이 있는 기관, 기업소, 농촌의 당 일꾼으로 내려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지방 당위원회에는 조직부를 제외한 다른 부서의 일꾼들은 3년 이상 못 버틴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오죽하면 3년 이상 버틴 사람들을 ‘종자수탉’이라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군당 간부는 중앙과 도급 당 조직의 지시나 과제를 집행하기 위해 생산기관 등 아래 단위들을 구슬려야 하고, 수행을 못 하면 윗선에 무시당하면서도 당 일꾼으로서의 체면은 지켜야 하는 어려운 자리로 인식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지난달 내부의 코로나 발생 사실을 공식화하고 하부 말단 당 일꾼들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군당 이탈 현상이 심하게 나타났다고 한다.
이 와중에 평안북도 태천군 인민위원회와 경영위원회가 군당 간부사업의 무질서 행태를 신소하면서 당 규율조사부가 직접 사태 파악에 나선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신소에는 ‘군당에 있던 일꾼들이 간부사업 뒷거래로 먹을 알이 있는 농촌이나 기관에 당 조직 책임자로 내려와 행정 실무에 일일이 간섭하면서 세도를 부리고 있다’는 군 인민위원회 및 경영위원회 행정 일꾼들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당에서는 비루스(바이러스) 조기 차단, 농사를 제적기에 끝내는 문제, 인민생활 안정에 만전을 기하라는 방침이 하부에서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군당 간부들이 제 살 궁리만 하면서 간부사업 규율을 흐트러뜨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검열 성원을 파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 사안에 당 규율조사부 검열 성원을 직접 파견한 것은 어려운 시국에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않고 자리지킴만 하려는 하부 당 조직의 간부들에게 경종을 울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소식통은 “당 규율조사부 검열 성원들은 7월 초까지 태천군당에 머물면서 지난 코로나 봉쇄 기간 비법적(불법적) 간부사업으로 의심되는 대상들을 조사하고 문제 있는 간부들에게는 엄격한 당적, 법적 처벌을 내릴 것으로 보여 태천군의 분위기가 얼어붙어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검열에서 당 규율조사부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군 안에서 참모부 역할을 해야 할 군당 일꾼들이 3년이라는 주기를 정해놓고 서로 자리를 나눠먹는 식으로 간부사업을 거래한 것을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당 규율조사부는 이 같은 관행을 ‘당정책을 좀먹는 지방주의, 가족주의 온상’이라고 지적하면서 전면 타파하고, 당의 간부사업 규율과 원칙에 맞게 대대적인 물갈이를 강행할 것을 예고했다고 한다.
한편 중앙에서는 이번 태천군당의 행태를 전국적 시·군·구역 하부 당 조직에도 통보하고 이와 유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지 각급 당 조직부에서 보고서를 올려보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