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서 ‘불순분자’ 딱지 붙여 대거 추방…주민들 공포감에 위축

지난달 초중순 회령·무산서 40여 세대 오지 농촌으로 추방돼…내부 통제 일환인 듯

북한 함경북도 국경 지역의 한 마을.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지난달 함경북도 국경 지역에서 이른바 ‘불순세력’에 해당하는 주민 세대를 대거 오지 농장으로 추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 장기화로 민심 이반 현상이 심화하자 추방사업을 통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주민들의 반체제 행위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7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초중순 회령시와 무산군의 접경지역에서 도합 40여 세대가 길주군과 어랑군 등의 오지 농장으로 추방됐다.

추방된 세대들은 불법 외국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체포돼 조사를 받거나 간첩 혐의로 관리소(정치범수용소)로 간 대상들의 가족들로, 북한은 이들에게 불순분자 딱지를 붙여 국경과 멀리 떨어진 농촌으로 강제 추방했다는 전언이다.

북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중 국경 지역에서 추방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주요 추방 대상은 불법 외국 휴대전화 사용자, 간첩 혐의자, 탈북민 가족, 행방불명자 가족, 당정책에 대해 불평 불만한 자들이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지난 4월 북한이 가족 중 2명 이상 행방불명된 세대를 농촌으로 추방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회령서 탈북 가족 4차례 ‘오지’ 추방…외부 정보 유입 차단 연관?)

이 같은 당국의 움직임에 국경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도 추방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주변 분위기나 눈치를 살피는 등 위축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나라가 아무리 어려워도 접경지역 주민들이 내륙지방 사람들보다 나은 생활을 하는 배경에는 중국과 남조선에 있는 친인척(탈북민)들이 돈을 보내줘서 아니겠느냐”며 “그러나 최근 국경이 봉쇄되고 중국 손전화(휴대전화) 단속 강화로 접경지역 주민들은 내륙지대 사람들과 별로 차이가 없을 만큼 사는 게 숨 막힐 정도의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추방되는 세대들은 중국 손전화 사용을 비롯해 각종 범죄 혐의로 체포된 사람들의 가족들로, 정부는 그들이 새로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예방하거나 도망치는 것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국경으로부터 멀리 쫓아내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보위부에 체포되거나 범죄혐의자로 등록된 대상들의 가족 추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