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방 격리자들의 실상은?… “받은 거라곤 ‘격리’ 종이뿐”

[인터뷰] "식량은 이웃에게 도움받아…가족들 용변 모아 밤마다 승인 받고 내다 버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방역 대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각 도들에서 지역의 자연지리적, 경제적 조건에 맞게 비상방역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모습을 소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발열 증세로 자가격리된 북한의 지방 주민들이 국가로부터 아무런 도움이나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사실상 방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데일리NK는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자가격리됐다가 열흘 만에 격리에서 해제된 양강도 혜산시의 30대 남성 김모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를 통해 북한 지방의 자가격리 실상에 관해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김 씨는 지난달 중순경 목이 아프고 두통이 시작되면서 38도 이상 고열이 동반돼 인민반에 자신의 증상을 보고했고 자가격리 대상이 됐다. 그러나 식량이나 의약품 등을 미리 준비해두지 못한 상태에서 자가격리가 시작돼 가족과 함께 식량이 떨어질까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국가의 비상방역 조치에 따라 격리에 들어간 것이지만, 쌀과 옥수수 같은 곡물은 물론이고 식수나 의약품 등도 받지 못했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국가로부터 받은 것이라곤 ‘격리’라고 적힌 인쇄물 두 장뿐이었다는 게 그의 증언이다.

아래는 김 씨와의 인터뷰 주요 내용.

–자가격리 기간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집에 가지고 있던 식량이 별로 없었다. 가족들하고 집에 있던 낟알 부식물이며 소금, 된장, 먹는 물 등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모아서 일주일 단위로 분할하는 게 일이었다. 혹여라도 격리기간에 식량이 떨어지면 큰일 아닌가. 다행히 친한 이웃에게 연락해서 배추와 콩, 강냉이를 조금 받기도 했다. 이번에 깨달은 게 먼 친척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이 낫더라는 거다. 봉쇄를 해서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니 친척에게 연락해도 올 수가 없고 그나마 가까이 있는 이웃이 있어 도움을 받았다. 그래도 시설에 격리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자가격리 기간에는 전혀 외출할 수 없나 아니면 허락을 받고 약이나 식량을 구하러 잠깐 나갈 수도 있나.

“약이나 식량을 구하러 나갈 수는 없었다. 용변 때문에 잠깐 나가기는 했다. 우리 집은 집안에 변소가 없어서 가족들이 바께스(양동이)에 하루종일 본 용변을 모으고 이걸 밖에 내다 버려야 했다. 밤마다 왕진 온 의사의 승인을 받고 가족 중 한 명이 밭에 내다 버리곤 했는데 이것도 정말 힘든 일이었다.”

–의사가 매일 왕진을 와서 어떤 진단이나 처방 또는 진료를 해줬다는 건가.

“왕진와서 매일 해주는 건 열을 재는 거다. 그리고 어디가 아프고 어느 정도 나아지고 있는지 말로 묻는 게 다다. 의사라고 해도 약을 주거나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 왕진 온 의사에게 증상이 심해졌다고 하면 혹여나 격리시설로 보내버릴까 봐 아파도 괜찮아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잡혀가면 언제 돌아올지 알 수가 없으니 시설에 보내지게 될까 그게 가장 두려웠다.”

–약이 제공되지 않았다면 격리기간 어떤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자연적으로 열이 떨어진 것인가.

“집에 가지고 있던 해열제랑 아편이 조금 있었다. 우리 혜산 사람들은 어느 집이든 아편이나 정통편(중국산 진통제)은 조금씩 다 갖고 있다. 그리고 국내산이지만 아스피린도 있었다. 가지고 있었던 약이 조금이나마 있었기에 약을 먹고 치료가 된 것이다. 그리고 함수(소금물로 입 헹구기)를 계속했다. 다 자력갱생으로 알아서 약 먹고 함수해서 살아났다. 고열이 안 떨어질 땐 매우 힘들었다. 좋은 약이나 주사가 있었으면 이렇게 고통스럽진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북한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발열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 현재 당국이 시행하고 있는 방역 정책이나 증상자 관리 방법이 발열자 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국가가 열성 전염병 환자가 줄어들었다고 하니 줄어든 것으로 생각해야지 별수가 있나. 다만 동약보다는 신약으로 신종 전염병을 예방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지구엽초 달여 먹어라’, ‘파 뿌리 달여 먹어라’ 하는데 이게 맞지 않는 사람들은 오히려 증상이 심해지고 앓다가 죽은 사람도 있다. 일단 제대로 된 약을 먹을 수 있으면 전염병이 줄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 영양이 너무 떨어져 있다. 국경봉쇄가 2년 넘게 계속되면서 사람들 영영 상태가 말이 아니다.
격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번 걸린 사람들은 완치된 거라고 하더니 격리 해제됐다가 다시 고열 나는 사람들을 재탕 격리시키고 또 걸렸다고 하더라. 국가의 격리 조치가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 같다. 코로나가 무섭다고 말하는 자는 한심한 자라고 교양하면서 방역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하는데 교양으로만 전염병이 극복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