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7차 핵실험 단행해도 안보리 추가 제재결의 나오지 않을 것”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정치적 상황 마련돼… "대안은 한미 대북억제력 강화”

2018년 5월 진행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장면.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대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추가제재 결의안 채택이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7차 혹은 8차 핵실험까지 단행해도 북한 당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대북제재안을 내놓지 못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북한의 유류 수입 상한선을 축소시키는 내용 등의 담긴 대북 추가제재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채택이 불발됐다.

안보리 결의안은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하고, 동시에 5개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통과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부결된 것이다.

해당 안보리 결의안은 ‘북한이 ICBM을 쏠 경우 대북 유류 공급 제재 강화를 자동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의 이른바 ‘트리거’ 조항에 따른 조치였다. 

2397호는 지난 2017년 12월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도 동의해 채택된 결의안이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후 신냉전 구도가 조성되고 중국과 미국의 갈등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중국과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북한의 도발을 용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뒷배를 자처한 중국과 러시아로 인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정치적 상황이 마련됐고, 이에 따라 앞으로 북한이 핵실험에 나서더라도 안보리 차원의 실효성있는 제재안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ICBM을 쏘면 한미일의 미사일 방어망 강화에 대한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보다 ICBM 발사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이번 안보리 회의에서 반대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미뤄볼 때 7차 핵실험이 이뤄져도 추가 제재안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관측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나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북한의 도발을 부추겼다고 주장하고 있어 북한 핵도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이미 정치적으로 확정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결의안 채택이 무산된 이후 공개발언에서 “미국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전쟁의 불길을 퍼뜨리려고 한다면 중국은 단호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인해 유엔 안보리 회의가 소집된 상황에서 오히려 미국 책임론을 언급한 셈이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중국 주유엔 대사가 한반도 전쟁을 언급했는데 70년 전에 북한이 미국에 대항하며 전쟁을 일으키자 중국은 북한을 원조해줬고 그래서 중국은 6.25 전쟁을 항미원조전쟁이라고 부른다”며 “현재 북한 핵개발에 대한 중국의 입장으로 정리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해외의 한 북한전문가도 “중국은 미국이 북한을 빌미삼아 동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 군사적 협력을 강화한다고 보고 있다”며 “미국의 안보리 회의 소집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7차 혹은 8차 핵실험이 단행돼도 유엔의 대북 추가 제재안에 중국의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니아 침공으로 신냉전 체제가 가시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의 안보 위기에 반대한다며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리더로서 역할을 하려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중국 내부에서 시진핑 정부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신냉전 체제를 내부 통합의 기회로 이용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는 게 이 연구자의 설명이다.

한편,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공조가 불가능해졌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실질적으로 우리 정부가 마련할 수 있는 대안은 한미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박 교수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중단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가능한 것은 한미 또는 한미일이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는 일”이라며 “다만 중국과 러시아로 인해 북한이 핵실험에 나서도 제재를 피해갈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기 때문에 북한의 계획을 변경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