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고아들 챙기며 ‘애민’ 부각하는 北…선전과 현실은 딴판?

평양육아원 원아 4명 병원 옮겨졌지만 사망…주민들 '빛 좋은 개살구'라며 열악한 의료체계 지적

평양육아원
북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5년 1월 1일 고아원인 평양육아원·애육원을 방문한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

북한이 내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사실을 공식화한 후 체제 선전을 위해 전국의 고아원 등 아동보호시설의 방역을 특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해당 시설들을 조명하면서 ‘당(黨)이 직접 책임지고 한 명의 사망자도 내지 말라’고 당부했으나 평양에서는 원아들이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했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26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육아원, 애육원에 대한 깊은 관심을 돌려 최대비상방역 기간 조국의 미래인 아이들을 당이 책임지도록 하라’는 중앙당 조직지도부의 특별지시가 각 도·직할시·특별시 당위원회 조직부에 내적으로 내려졌다.

당 조직부는 조국과 혁명의 미래는 후대들과 어린이들에게 달려있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하면서 각 도·직할시·특별시 당위원회들이 다가오는 국제아동절(6월 1일) 전으로 지역 안의 육아원, 애육원의 의료 실태를 재확인하고 대책을 세울 것을 지시했다는 전언이다.

최대비상방역 상황에도 아동보호시설에 특별히 관심을 가져 어린이들의 생명과 건강을 직접 챙기고 있다는 식으로 당의 애민(愛民) 사상을 선전하려는 의도다.

소식통은 “그동안은 아동절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이번에는 악성 전염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모 없는 어린이들을 당이 우선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조직부 지시문에도 조국의 미래와 운명을 굳건히 지켜주려는 당중앙의 위대한 걸음에 각급 당위원회들이 보폭을 맞춰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다.

실제 지시문에는 ‘도 당위원회들은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도 식량, 의약품, 생활필수품 공급을 국규(국가 규정)대로 진행하며, 도당집행위원 이상 일꾼들은 육아원, 애육원의 부모 없는 아이들 여러 명씩 맡아 아이들이 한 점 그늘 없이 잘 지낼 수 있도록 살피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특히 당 조직부는 ‘부모 없는 아이들이라고 소홀히 하는 사람은 당 일꾼의 자격이 없다’면서 ‘육아원, 애육원의 어린이들이 악성 전염병으로 한 명도 잘못돼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당에서는 전국 도 당위원회가 앞장서 육아원, 애육원에 신형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을 철저히 막기 위한 최대 위생방역 및 보건의료 체계를 세워 사회주의 제도의 보건의학 정책의 우월성을 높이 발양해야 한다고 선전 중”이라고 말했다.

‘모든 나라 아이들이 전염병으로 죽어가도 우리는 국가와 사회의 부담으로 아이들을 전염병으로부터 지키고 있다’, ‘아이들 영양 보장도 법으로 채택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등의 선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당국의 선전과 현실은 거리가 멀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지난 15일부터 일주일 사이 평양육아원에서 영양이 약한 20여 명의 아이들이 호흡 곤란과 통증으로 옥류아동병원으로 옮겨졌고, 그중 4명이 사망했다는 통계가 평양시 방역지휘부에 보고됐는데 텔레비죤(텔레비전) 통계에는 종합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내부 상황을 전했다.

북한의 부실한 아동 의료체계와 만성적 약품 부족으로 인해 아이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피해 사례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내부에서는 조직부 특별지시를 두고 ‘지시를 백번 내려도 소용없다’, ‘약이 없고 치료도 못 하니 병원을 많이 지어도 무용지물’이라며 국가의 보건 체계 무능을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은 옥류아동병원, 류경종합안과병원, 류경치과병원, 묘향산의료기기공장 등을 대거 건설하고 도 소재지를 중심으로 병원들을 개건 확장해왔다. 지난 2020년부터는 수도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각별한 관심 속에 평양종합병원 건설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사태로 국가 의료체계의 부실함을 다시금 경험한 주민들은 병원 등 의료시설을 ‘빛 좋은 개살구’라고 꼬집으며 열악한 보건의료 상황에 탄식을 내뱉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