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바이든 방한 중 핵실험 단추 누를까… “내적 시간표 따라 집행”

풍계리 지휘부 휴대전화 회수…전문가 “갱도 되메우기 안된 상태라면 핵실험까지 시간 더 걸릴 것”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입구.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간 중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에 한미 정보 당국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북한은 만반의 준비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기간에 북한의 핵실험이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0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고위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언제든 핵실험에 나설 수 있는 공정을 완료했다. 집행 명령만 떨어지면 곧바로 핵실험을 단행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특히 소식통은 “풍계리 지휘부 반경 1km 안에 있는 모든 복무·지휘자들의 손전화(휴대전화)를 17일부터 회수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중요한 정치적 행사나 국방 분야 실험이 진행될 때 간부들의 휴대전화를 회수하거나 전파망 가동을 중단시켜 외부와의 통신을 차단하곤 한다.

다만 핵실험장 근무자나 지휘부는 아직 자택에서 통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핵실험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면 관련자들을 퇴근시키지 않고 24시간 기지 내에 머물도록 한다는 점에서 임박 징후로 보기에는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다.

더욱이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에 대한 되메우기 작업을 아직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소식통은 “갱도 밀봉(되메우기) 작업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폭발 데이터를 기록하기 위한 케이블이 연결된 후 갱도 되메우기 작업이 끝나야 핵실험에 나설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끝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되메우기가 끝난 후 굳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2~3일 이내 핵실험이 단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핵 기술 전문가인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핵 장치가 들어가고 되메우기가 완료돼야 핵실험을 할 수 있다”며 “되메우기 작업이 갱도 안쪽에서 이뤄졌다면 외관에서 식별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되메우기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면 핵실험 단행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군사적 전략 측면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중 북한이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해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 대통령 방한 시에는 한미 정보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실제 경계 태세를 강화하기 때문에 북한이 도발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며 “핵실험의 경우 만일의 사고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실험 준비가 모두 끝났고 실행에 옮길 타이밍만 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는 것도 일종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실제 도발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소식통은 “국방발전시험과 생산 또는 배치 계획은 당과 국가의 지상 과업”이라며 “한치의 드팀없이(흔들림 없이) 진척시키며 코로나든 외부의 어떤 정세든 당의 무기전략 현대화 계획은 내적 시간표에 따라 그대로 집행시킨다는 게 우(위·당국)의 명령”이라고 전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 12일 내부 코로나19 감염자 발생 사실을 처음으로 발표한 후 핵실험 준비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풍계리를 비롯한 국방과학 및 군수공업 부문에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방역보건행정지시를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지시에는 발사장과 시험장, 연구소 등 각 현장에서도 방역 규정을 엄격히 준수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