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부작용’으로 숨지는 北 어린이 발열자들…내부서 무슨 일이?

어른용 약 아이에게 처방해 문제 발생…소식통 “전염병에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것은 아이들"

지난 2013년 8월 북한 양강도 혜산시 앞으로 흐르고 있는 압록강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 / 사진=데일리NK

북한에서 10살 미만 어린이 발열자들의 사망률이 비교적 높게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현재 북한 내부에서 약물부작용에 따른 어린이 사망사고가 적잖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북한 남포시 군 소식통은 20일 “전염병에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대상은 아이들”이라며 “3군단 지휘부 군인 가족 중에서는 어른보다 아이들이 더 많이 사망했는데 대부분이 영양상태도 안 좋았던데다 어른 약을 아이용으로 처방해준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약물부작용으로 인한 어린이 사망률이 높은 것은 아동 보건의료 체계가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은 북한의 열악한 상황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앞서 지난 17일 3군단 지휘부 소속 한 군인의 두 살짜리 딸이 고열증세를 보이다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

이 군인 가족은 자가격리 중이었는데, 부모는 고열에 시달리는 딸에게 성인들이 복용하는 파라세타몰(해열제) 1/4을 먹이라는 군의의 처방에 따라 실제 해당 약을 소량 먹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계속 열이 떨어지지 않아 울며 보채자 군의는 ‘아이에게 디메드론(수면제) 소량을 주사하라’는 추가 처방을 내렸고, 부모는 이대로 조치했다. 그러나 다음날 새벽 딸은 숨을 거두고 말았다.

소식통은 “파라세타몰과 디메드론은 다 아이용 약이 아닌데 그걸 먹인 것이 사망 원인”이라며 “3군단 군인 가족들 속에서는 코로나인지 열병인지 터지고 나서 이런 식의 아이 사망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3군단 군인 가족 가운데 소아 사망 사례가 여러 건 발생했지만 이는 남포시 소아 발열자 사망 집계에는 잡히지 않고, 인민군 군의국이 별도로 하는 통계에만 포함됐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소식통은 “군인 가족 아이들 중에는 결핵 예방주사조차 못 맞은 아이들이 수두룩하다”면서 “어른 약, 아이 약 듣고 본 지도 오래됐는데 국가 약 처방 체계가 이미 90년대에 다 무너졌으니 어른보다 아이들이 먼저 퍽퍽 쓰러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아 예방접종 등 아동 보건의료 체계가 무너져 있어 어른에 비해 면역력이나 내성이 약한 아이들이 전염병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3군단 현지 군인 가족들 사이에서는 두 살짜리 아이에게 파라세타몰, 디메드론을 처방한 군의가 문제라며 그를 처벌하라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군단 군의소에서는 사망한 아이의 부모도 동의한 내용이라며 일축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어른용, 아이용 약을 따로 처방하는 체계가 이미 없어진 지 오래니 부모들 자체가 어른용 약을 줄여서 먹이면 된다는 식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어린이 보건의료 체계가 열악하니 이런 사고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