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열자 색출 위해 대대적 검사 中…평양서는 타액 PCR도 진행

북한 코로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3일 “전국의 모든 도·시·군을 봉쇄하고 사업단위, 생산단위, 생활단위 별로 격폐시키며 전 주민 집중검병을 보다 엄격히 진행하여 유열자(발열자)들과 이상 증상이 있는 사람들을 빠짐없이 찾아 철저히 격리시키고 적극적으로 치료대책하기 위한 긴급조치들이 강구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발열자를 색출하기 위해 대대적인 검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북한은 주로 발열 상태를 보고 격리 대상자를 선별하고 있으며, 수도 평양 일부에서는 타액을 이용한 코로나 진단 검사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은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검사는 기본적으로 열 측정으로 한다”며 “발열 현상이 이틀 이상 지속되면서 기침, 호흡 곤란 등 있는 대상자들을 격리대상자로 분류한다”고 전했다.

진단 장비를 통해서가 아닌 발열 여부나 발열 상태로 가려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북한은 ‘확진자’가 아닌 ‘유열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소식통은 “열이 38도를 넘어가면 무조건 격리시설로 간다”며 “발열이 이틀 이상 지속되면 무조건 7일은 자가격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38도 이상의 고열자는 별도 격리시설로 이송되고, 가벼운 발열자는 자택에서 격리하도록 조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앞서 본보는 북한이 평양시 락랑구역과 은정구역에 임시 격리시설을 마련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북한, 평양 락랑·은정구역에 코로나19 임시 격리시설 마련)

아울러 소식통은 “열이 있는 사람은 무조건 자진신고 해야 한다”며 “열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가족, 이웃집까지 같이 필수 검사 대상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주민 세대 직접 방문해 발열 상태 확인…검사 안 받으면 ‘충실성 없다’ 반동 딱지

또한 북한은 직접 주민 세대를 방문해 발열 체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이날 “동에 있는 위생방역반장이 인민반장, 그 외 1인과 함께 집마다 발열검사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총처럼 생긴 기계로 열을 재면서 기준 이상 넘으면 집에서 꼼짝 말고 있으라 명령한다”며 “열을 재는 기계 외에 검사하는 장비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들은 다닐 때 모두 마스크 쓰고 다니고 가정집 사람들 검사할 때도 마스크 쓰라고 하면서 검사를 하고 있다”며 “이렇게 매일 인민반에서 집마다 검사하러 다니면서 누가 죽고 누가 없는지 조사해서 보위부 통해서 위(평양)에다 보고한다”고 덧붙였다.

평안남도 소식통 역시 “지역 종합병원과 위생방역소 관계자들이 담당구역을 돌아다니면서 체온을 재고 있다”고 했다. 다만 발열 등 이상 증상이 있는 사람들을 빠짐없이 찾아내 철저히 격리하고 의학적 감시와 적극적 치료대책을 세우라는 중앙의 지시에 과열한 나머지 감염자를 찾아낸다기보다는 확진자를 만들어내는 형국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특히 이 소식통은 “검진에 참여하지 않는 주민들에 대한 처벌도 진행되고 있어 분위기가 살벌하다”면서 “지역의 당 및 안전, 보위기관에서 방역 관계자들과 함께 나와 증상이 없어 검진을 안 받으려는 사람들에게 ‘충실성이 없다’며 반동 딱지를 붙이고 있다”고 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조국과 인민의 생사를 건 방역 전쟁의 분분초초가 초긴장 속에 흐르고 있다”면서 보건부문 일꾼들의 책임의식을 촉구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한편, 평양시 일각에서는 타액을 이용한 코로나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이뤄진 것으로도 알려졌다.

소식통은 “중구역이나 평양시 병원촌이라 불리는 대동강구역에서는 일부 사람들에게 가래침을 뱉게 하는 방식의 검사를 사용했다”며 “다른 구역이나 지방도 이렇게 검사를 진행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진단 검사 방법에는 비인두 PCR, 타액 PCR, 신속항원검사가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대책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타액을 이용한 PCR 검사의 민감도는 92%로 비인두 PCR(민감도 98% 이상)에 비해 약간 낮지만, 신속 항원 검사(민감도 90%)보다는 높다.

검사소 24시간 운영하고 의대생도 총동원동요 차단하려 주민 안심시키기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평양시 곳곳에 지정 검사소를 설치하고 의료진을 총동원해 주민 검병검진에 나서고 있다. 검사소는 현재 24시간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지역별, 구역별로 방역기관이 지정한 검병검사소가 있다”며 “진료소나 구역, 군, 시병원 구급과(응급실) 앞마당에 임시 천막을 치거나 위생방역소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검병검진은 주로 의사, 준의(준 의사), 간호사들이 진행하고, 의과대학 학생이나 실습생, 강습생 등 근무 가능한 예비 의료 일꾼들도 모두 동원돼 일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주민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소식통은 “평양 의료진이나 방역진은 유열자라고 다 코로나 비루스 환자가 아니라는 점을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있고, 위에서는 코로나 비루스 판별이나 진단은 의료진만이 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에 대해) 아무 말이나 하고 지레짐작해 겁먹거나 겁을 주는 일은 상식적이지 않은 것임을 특히 강조하고 있으나 불안에 떠는 주민들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 감염자 발생 사실 공개로 주민들이 공포에 휩싸이거나 동요하지 않도록 안심시키려는 모양새다. 북한 매체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각종 민간요법을 소개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