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속 北 디젤유값 ‘껑충’… 농사에 악영향 미칠 듯

지난 1월 대비 두 배 이상 올라 1만원대 돌파…전문가 "주민 불안심리도 가격 상승 주요 요인"

북한 신의주 한 주유소에서 포착된 중국산 주유기.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코로나19 감염자 발생 사실을 공개한 뒤 내부 시장 물가가 일제히 오른 가운데, 휘발유와 디젤유 등 유류 가격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디젤유는 1만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돼 농업 및 유통 부문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데일리NK의 정기적인 북한 시장물가 조사 결과, 지난 16일 기준 북한 시장에서 디젤유는 1kg당 평양 1만 40원, 신의주(평안북도) 1만 100원, 혜산(양강도) 1만 160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일시적으로 수입량이 많아지면서 1kg당 3000원대까지 떨어졌던 디젤유 가격이 약 8개월 만에 1만원대를 돌파한 것이다.

올해 1월 중순에만 해도 디젤유 가격이 4000원대 수준이었다는 점과 비교해 보면 5개월 사이 두 배 이상 폭등한 셈이다.

휘발유도 비슷한 양상이다. 지난 16일 기준 휘발유 1kg은 평양 1만 3200원, 신의주 1만 3100원, 혜산 1만 3600원에 판매됐다. 지난 1월 11일 조사 당시 평양 6680원, 신의주 6970원, 혜산 744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83~98% 상승한 것이다.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장기화에 따른 러시아산 유류 공급 감소 및 국제 유가 상승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의 코로나 봉쇄, 북한 원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이 힘들어진 점과 북한 당국의 개인 유류 판매 단속 등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불안심리도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북한의 코로나 상황을 보면 대중 무역은 당분간 통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주민들의 불안심리도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 연구위원은 “코로나로 인해 이동이 통제되면 수송용 유류 수요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면서 “물가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각각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요인의 영향이 더 큰지는 한 방향으로 결론짓기가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한편, 북한 유류 가격 상승과 코로나19 확산 상황은 농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농사에서 사용하는 연유(燃油)는 100% 디젤유인데 시장에서 이를 찾기 어렵다”며 “기계를 돌릴 수 없어 노력(인력)으로 농사를 지어야 할 판인데 코로나로 노력 동원도 잘 안 되니 농번기인데도 작업이 더딘 상황”이라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연유 판매를 단속하고 있는 데다 수입 유류를 국가기관에 우선 공급함에 따라 개인이 시장에서 디젤유나 휘발유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농촌 동원의 핵심 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과 군인들 중 코로나 확진자가 많다고 한다”면서 “또한 농기계를 사용에 필요한 디젤유가 갑자기 오른 점도 올해 농사에 악영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