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간부 질타에 눈살 찌푸린 주민들… “속아 넘어갈 사람 없어”

2년 넘는 국경봉쇄로 의약품 고갈된 게 직접 원인이라 지적… "그게 간부들 잘못이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15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협의회에서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의약품들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의약품 공급 문제를 지적하면서 간부들과 일꾼들을 크게 질타하고 나선 가운데, 이에 대해 주민들은 비판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에 “원수님(김 위원장)이 의료체계와 의약품 취급 상태를 가지고 간부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모습이 TV와 신문으로 연일 보도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주민들 속에서는 ‘그게 간부들 잘못이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상태”이라고 전했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지난 15일 비상협의회를 소집해 의약품 공급에서 나타난 편향들을 바로잡기 위한 문제를 집중 토의했다.

이 협의회를 지도한 김 위원장은 “국가가 조달하는 의약품들이 약국을 통해 주민들에게 제때에 정확히 가닿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 직접적 집행자들인 내각과 보건 부문 일꾼들이 현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을 바로가지지 못하고 인민에 대한 헌신적 복무 정신을 말로만 외우면서 발 벗고 나서지 않고 있는 데 기인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사법, 검찰 부문이 의약품 보장과 관련한 행정명령이 신속 정확하게 시행되도록 법적 감시와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의약품 취급 및 판매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가지 부정적 현상들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중앙검찰소 소장의 직무태공, 태만 행위를 신랄히 질책했다.

그러나 북한의 의약품 공급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시작으로 북한의 의료체계는 사실상 붕괴됐고, 주민들은 장마당이나 개인 의약품 장사꾼들을 통해 의약품을 해결해왔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대도시에 약국을 차리는 등 의약품 공급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에 나서기도 했으나 그 효과가 미미해 주민들은 여전히 시장이나 개인을 통해 의약품을 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의약품 품귀현상이 나타났고, 이와 더불어 시장이나 개인이 판매하는 의약품의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의약품 문제의 원인은 간부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2년 넘는 국경봉쇄가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경봉쇄로 의약품이 고갈된 지 오래돼 의약품 취급, 판매에서 부정적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애꿎은 간부들을 때리는 방식으로 주민들의 불만을 불식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위에서는 말로만 인민 생활을 풀어주라는 지시만 내리고 실제 필요한 실무적 대책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면서 “간부들이 일할 수 있는 조건도 마련되지 않았는데 그럴듯한 지시만 내리고 호통만 치니 어떻게 문제가 해결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이번에도 뻔한 현실을 놓고 일꾼들의 직무 태공, 직무 태만 때문에 중대 사건이 발생한 것처럼 책임을 간부들에 떠넘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이와 같은 사례를 한두 번 겪은 게 아니기에 속아 넘어갈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