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취임 일주일…새 정부에 대한 北 주민들의 생각은?

[직격인터뷰] 北 간부들 '핵포기 불가론' 언급하며 핵 포기 가능성 일축…주민은 대북지원 기대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 사이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했고, 내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앞에는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가 산적해 있다. 남북관계와 북한 핵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새롭게 출범한 정부는 ‘남북관계 정상화’를 표방하면서 대화의 문은 열어 두되 원칙을 바탕으로 일관성 있는 비핵화 협상을 하겠다는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새 정부의 기조에 대해 북한의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데일리NK는 윤 대통령 취임 직후 북한 평양의 중견 간부와 함경북도의 하급 간부, 양강도의 일반 주민 등 3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대상자의 구체적인 신상은 안전상의 이유로 공개하지 않되, 인터뷰 내용은 가감 없이 전하고자 한다.

이번 인터뷰에서 평양의 간부는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핵은 세대와 세대를 이어 온 만능보검”이라며 이른바 ‘핵포기 불가론’을 펼쳤다. 비핵화로 전환 시 북한 경제 개선의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취임사에 대해서는 “핵과 쌀을 바꾸라는 것은 강대국 대열에서 우리를 제치고 영원한 경제속국이 되라는 것이나 같다”고 했다.

함경북도 간부 역시 “(핵을) 포기시키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라며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북관계 정상화에 관한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새 정부도 전 정부나 마찬가지로 특별히 뾰족한 방법을 내놓을 것 같지는 않다”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한편, 양강도 주민은 현재 닥친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식량난에 가장 큰 문제의식을 보이고 있었다. 그는 “핵 개발 중단이요 비핵화요 하는 것은 사람을 살리고야 해야되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 정부의 의약품, 쌀 등 대북 지원에 커다란 바람을 드러냈다.

다음은 북한 주민 3인과의 일문일답

남한에 새 대통령이 취임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들었나?

평양 중견 간부(이하 A): 간부들 사이에서는 윤석열이란 사람의 학력 경력이 소문나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 대통령이 된 것인데 나라가 잘 굴러갈 수 있나 생각했다.
함경북도 하급 간부(이하 B): 남조선(남한)에서는 웬만한 정도로 인민들의 인기를 얻으면 그 누구든지 간에 대통령이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선거에서 뽑아만 주면 얼마든지 대통령이 될 수 있다니 참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신성분을 따지는 여기와는 달리 조상이 누구든 전혀 따지지도 않고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남조선이 부럽고 더더구나 대통령을 자기 손으로 직접 뽑는다니 그곳에 사는 인민들이 더욱 부럽다.
양강도 일반 주민(이하 C): 우리나라랑 안 좋고 부정적 관계인 보수 쪽 당에서 (대통령이) 나온 것에 많은 관심은 안 생겼다. 다만 대의원(우리의 국회의원)도 아닌 사람이 된 것이라는 말에 그전 다른 남조선 대통령들하고는 비교된다는 생각은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라고 알고 있고, 거기서는 그를 어떻게 보고 있나?

A: 중앙검찰소장(우리의 검찰총장)직에 있은 사람으로 검찰 출신이라고 알고 있다. 법밖에 모르는 사람이 대통령을 할 수 있나 괴상하고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다.
B: 애초에 대통령에 출마할 생각이 없었는데 문재인의 눈 밖에 나서 자기가 일하고 있던 곳에서 쫓겨나다시피 하자 상식에 맞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며 나온 사람으로 알고 있고, 남조선 인민들이 그의 손을 들어줘 이번에 대통령이 된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권력을 잡으면 또 어떻게 될지 알겠나.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C: 우리와 나쁜 관계인 보수 쪽 사람이라는 것, 일반 간부하다가 대통령 선거 나온 사람이라는 것밖에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북한에 대해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면서도 대화의 문은 열어놓겠다고 했다. 앞으로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나?

A: 우리의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걸고 들면서 미국과 협력해 비싼 장비를 들여와 합동군사연습도 서슴지 않는 남조선의 원칙은 어떤 것인가. 가장이 집을 지키기 위해 열쇠나 강건 장치를 든든하게 하는 것 같이 나라도 국방, 군사가 강해야 하지 않나. 자기들이 하는 것은 문제 안 되고 우리가 국방력 강화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는 인식 자체가 우리와 거리가 멀다. 그리고 대화의 문을 여닫는 것은 주도권을 쥔 쪽에서 하는 말이다. 그 문은 다 우리가 열고 싶으면 열 것이다.
B: 당연히 이전 문재인과는 다른 정책을 펼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우리가 핵실험하고 미사일을 쏘아대 조선반도(한반도)를 긴장 상황으로 몰아가면 결국 무엇이든 주려고 하지 않겠나. 그럼 이전 정부나 다를 바가 없을 것 같다. 앞으로 북남관계는 한동안 얼음판을 걷는 모양새를 취할 듯하지만 결국은 새 정부도 전 정부나 마찬가지로 특별히 뾰족한 방법을 내놓을 것 같지는 않다.
C: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당은 우리를 하나라도 도와주고 모든 것을 대화로 하려는 측이고, 이번 윤석열 당은 우리와 적대관계를 강하게 내세우는 측이라는 점에서 북남관계는 더 후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했는데.

A: 핵을 내놓으라고 하면 우크라이나처럼 되지 않겠나. 핵과 쌀을 바꾸라는 것은 강대국 대열에서 우리를 제치고 영원한 경제속국이 되라는 것이나 같다. 핵을 내놓지 않아도 경제협력을 잘 할 수 있다는 북남정책이 나와야지.
B: 우리나라는 절대로 핵을 놓지 않는다. 핵무기만이 유일한 희망인데 이걸 내놓으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왜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결국 윤석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보지 않았다는 것이고 우리를 너무나도 모르는 듯하다. 나라가 주민의 삶의 질을 신경 쓸 거로 생각하나. 차라리 수령의 목숨을 무엇으로 담보할 것인지를 고민해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C: 지금 코로나로 민심이 흉흉하고 다들 벌벌 떨고 있다. 핵은 둘째고 약이나 식량, 지원품부터 보내주면 좋겠다. 핵 개발 중단이요 비핵화요 하는 것은 사람을 살리고야 해야되는 것 아닌가. 담대한 계획으로 우선 약과 식량을 보내면 여기 우리 지방 사람들에게는 남조선이 은인이 된다.

화성-17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월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발사 명령을 하달하고 직접 현장에서 발사 전과정을 지도했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남북관계의 핵심은 결국 핵 문제다. 핵을 끝까지 고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핵을 포기하고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보나.

A: 핵은 세대와 세대를 이어 온 만능보검이다. 망국노의 길을 갈 수 없다. 핵보유국 정상에 오르는 길에 얼룩진 인민의 피땀 때문이다. 너무나 많은 대가를 치렀는데 과거로 돌아갈 수 있겠나.
B: 당과 수령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시키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라는 걸 확실하게 아는 게 나을 것이다. 그런데 핵을 포기하면 경제, 주민의 삶을 어떻게 해주겠다고 하니…. 차라리 이런 말을 꺼내지 않는 것이 더 낫다.
C: 핵을 내놓고라도 사람들이 알아서 살게 만들면 좋겠다. 핵을 다 만들었다는 데도 계속 연속해서 국방에 돈을 쏟아붓지 않나. 발전된 외국과 군비경쟁 말고 국방비 1%만 돌리면 인민들 먹는 문제 풀리지 않겠나.

윤석열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신뢰 관계를 쌓고 갈 수 있다고 보나?

A: 신뢰는 말 자체로 기초가 믿음이다. 그 당(국민의 힘)과 우리는 믿음의 역사가 없었다. 명분도 약하다.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B: 여기서는 이전 대통령과 신뢰를 쌓았다고 보지 않는다. 문재인을 이용하려고 온갖 대우 해줬는데 오히려 미국에 당했다고 (김 위원장이) 역정을 냈다고 들었다. 윁남(베트남)에 갔다가 팽 당하고 온 다음에 얼마나 많은 사람 목이 날아간 줄 아는가? 남조선 대통령은 한낱 미국에 충실한 개, 자기 맘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여기 간부들의 생각이다.
C: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 사람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에 도와주는 것으로 신뢰 쌓으면 좋지 않나. 먹는 것과 약에 무슨 사상이 있나.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을 가진다고 남조선 것은 안 된다고 강조하니 사람들도 이상해한다. 그저 이런 때 남조선 대통령이 통이 크게 원호 물자로 도와주면 고마운 것은 고맙게 여기고 갔으면 좋겠다.

정상들 간의 신뢰 자체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A: 그렇다. 신뢰가 없는 당에서 나온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믿음이 없고 속을 모르는 사람은 이웃이라도 서로 대화를 안 하지 않나.
B: 수뇌들 간에 신뢰를 쌓는 일은 중요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단 하나다. 전쟁만은 방지할 수 있으니까.
C: 그렇다. 대통령이 자주 바뀌니 우선 선의를 보여줘야 한다.

북한 주민으로서 남한의 새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A: 국제사회 무대에서 동족끼리 헐뜯는다는 소식이 신문에 실리지 않게 악담은 삼가고 서로 적어도 동족상쟁은 하지 말면 좋겠다. 가장 극악한 상황으로 가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B: 이번에 취임사에서 자유에 대한 말이 제일 많았다고 하는데 지금 남조선만큼의 자유라도 여기에 선물해 줬으면 좋겠다. 또 하나는 통 크게 여기에서 가장 어려운 전기 문제를 해결해준다든지, 레루(레일)를 새로 깔아준다든지 그런 문제를 놓고 너희는 뭘 줄 거냐 하는 식으로 크게 협상했으면 한다.
C: 이 세상에 하루 세끼 먹기도 힘든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하루도 배부른 날 없이 사는 우리에게 약과 쌀을 도와주고 필요한 것을 가져가면 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