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흥시 대학들 25일간 농촌 동원…식량·돈 요구에 학생들 ‘한숨’

대학서 쌀과 부식물 구매비 내라 지시…경제적 부담에 학업 포기하는 학생들도 나타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최대 비상방역체계의 요구에 맞게 더욱 긴장되고 동원된 태세로 모내기를 제철에 와닥닥 끝내자’는 특집기사를 실었다. 사진은 황해남도 강령군 삼봉협동농장에서 주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모내기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함경남도 함흥시의 대학교들에 ‘25일간 농촌지원에 나서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에 “지난 10일 함흥시 대학교들에 25일간의 농촌지원 지시가 하달됐다”며 “이에 따라 대학생들이 14일 오후 담당 농장들에 도착했고, 15일부터 동원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현재 내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함에 따라 발열 증세가 있는 학생들은 동원에서 일단 제외시켰고, 나머지 학생들은 계획대로 농촌지원 사업에 동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동원 지시에는 농촌지원 기간에 필요한 식량문제는 대학들에서 자체로 준비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난으로 본인 생활비조차 마련하기 힘든 것이 현재 대학생들의 실정이지만, 대학에서는 그런 학생들에게 농촌지원 기간에 먹고 생활할 식량과 돈을 내라고 해 학생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전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함흥약학대학에서는 농촌지원 기간 1인 하루 식량을 700g으로 정하고, 학생 1명당 쌀 20kg에 더해 부식물 구매비로 10만 원(북한 돈)씩을 내라고 지시했다. 이에 집안 형편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은 적잖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실제 어려운 집안 살림에 학업 중단을 고민해왔던 함흥약학대학 3학년생 김모 학생은 농촌지원에 필요한 식량과 돈을 내라는 지시를 받고 결국 대학 중퇴를 신청했다고 한다.

같은 대학을 다니는 이모 학생 역시 ‘이제는 집에다 돈을 보내달라고 하기도 미안하다. 부모들이 죽을 먹으며 모아 보내주는 돈으로 대학교 생활을 해왔는데, 갑자기 목돈을 내야 하니 대학교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대학교 생활도 빠듯한 상황에서 농촌지원에 따른 부담까지 겹치니 학교 다니기를 포기하기로 선택하는 학생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 와중에 대학들에서는 건강상의 문제나 개인 사정으로 농촌지원에 빠지는 학생들에게 후방사업을 명목으로 1명당 150달러(북한 돈 약 100만원)씩 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해마다 농촌지원 기간이 되면 대학은 선생들의 식생활 비용까지 학생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면서 “올해도 마찬가지로 담당 교원을 비롯한 대학 선생들의 식량문제까지 모두 학생들이 부담해야 해 학생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