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코로나 봉쇄로 기숙사 갇힌 北노동자들…먹는 문제로 ‘발 동동’

중국 내 물가 폭등에 식자재 구하기 어려워… "채소마저 비싸져 쌀밥만 먹게 될 판" 불만도

훈춘 노동자 북한
중국 지린성 훈춘시의 한 공장 건물. 이곳에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데일리NK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에 따른 중국 도시 봉쇄로 북한 파견 노동자들이 식사 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식료품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봉쇄가 해제돼도 북한 노동자의 식생활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9일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들은 코로나로 인한 지역봉쇄로 공장 운영이 중단되자 기숙사 방 안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관리 간부들은 특별한 용무가 아니면 노동자들이 기숙사 방문도 열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보다 심각한 것은 식자재 조달 문제였다. 중국의 지역봉쇄로 통행이 금지되면서 당장 식자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기숙사들이 많았다는 전언이다.

중국이 지난달 25일 북한 노동자 상당수가 체류하고 있는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를 봉쇄한 후 북한 노동자를 집단으로 관리하는 간부들도 퇀거우(团购·대량 공동구매 방법)로 식자재를 조달해야 했으나 이를 숙지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현재는 방법을 습득해 조달 면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지만, 중국 내 식품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노동자들이 충분한 식사를 제공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2일 현재 단둥시의 계란 1kg의 가격은 20위안으로 봉쇄 이전 가격(6위안)에 비해 3배 이상 올랐다.

채소류의 경우 상승폭이 더 컸는데, 봉쇄 이전 2위안 정도면 살 수 있었던 배추 한 통이 지난 2일에는 50위안으로 값이 폭등했다. 무려 25배나 오른 것이다.

쌀이나 고기류보다 채소류 가격 상승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북한 노동자들이 체류하는 기숙사들은 채소 구매를 크게 줄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 사이에선 “이전에는 채소가 눅어서(싸서) 채소 반찬만으로 밥을 먹었는데 이제는 이마저도 비싸져 쌀밥만 먹게 될 판”이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내 북한 대사관에서는 중국에 체류하는 자국 노동자들이 식량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지원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단지 노동자들이 단체 생활을 하고 있어 감염병에 취약할 수 있다며 매일 노동자들의 체온을 측정하도록 하고 중국 당국의 요청에 잘 따를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중국 정부가 코로나 핵산 검사를 요구하면서 북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집단검사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중국 공장 운영이 중단되면서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점이다.

노동자들의 소득이 줄어도 북한 당국에 바칠 ‘충성의 자금’은 계획대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자를 관리하는 간부들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한편 매일 고된 노동에 시달렸던 북한 노동자들은 공장 운영이 중단되자 모처럼 쉴 기회가 생겼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한 달 내내 하루 10시간, 12시간 일만 했는데도 500원(위안)도 받지 못했는데 코로나로 쉴 수 있으니 답답하기는 해도 차라리 잘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