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4월 25일)을 기념해 새로운 전략 전술 무기를 총동원한 역대급 야간 열병식을 거행했다.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열병식을 성과적으로 보장하는 데 기여한 평양시 내 대학생과 근로 청년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일 보도했다. 북한 특유의 ‘1호 기념사진’ 정치를 통해 청년들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면서 결속과 충성심을 유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MZ세대’들은 이에 어떻게 반응했을까. 데일리NK는 4·25 90주년 열병식에 참여한 평양시 20대 청년과 조선중앙TV로 이번 열병식을 지켜본 양강도의 20대 청년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北 20대, 열병식 호평 “신식 사회로 간다는 생각 들어…웅장하고 멋있었다”
본보와 인터뷰한 북한 평양시 근로청년 20대 장모 씨와 양강도 혜산시의 대학생 김모 씨는 미리 입을 맞춘 듯 한목소리로 “야간 열병식을 해온 중에 제일 멋있었고 황홀하고 웅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먼저 장 씨는 “주석단 천장 위에 올라가 지휘하는 불빛 신호수만 바라보며 긴장 속에 1호 행사를 치르느라 열병식을 제대로 못 본 것이 아쉽다”면서 “수령이 젊으면 나라도 젊어진다고 우리나라 행사도 외국에 밀리지 않는 최고의 행사였고 우리나라가 신식 사회로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장 씨는 “2개월 행사 연습도 힘들어서 집에 가면 녹초가 됐는데 열병식을 준비한 군인들을 가까이에서 보니 몰골이 말이 아니더라”라며 열병식 준비로 고생한 군인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김일성광장을 행진하는 1분 40초 짧은 시간을 위해 거의 1년을 훈련한 군인들을 보면서 군인들의 피와 눈물을 쥐어짜서 만든 행사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장 씨의 말이다.
한편 지방 청년인 김 씨는 “행사 과정을 텔레비전으로 보는데 중국이나 러시아 등 외국의 열병식 기념행사같이 웅장하고 눈맛이 있었다”며 “역시 원수님이 젊으시니, 나라도 젊어졌다”고 말했다.
이런 열병식에 대한 극찬은 주민들 사이에도 돌고 있다고 김 씨는 전했다. 특히 북한은 민족 최대의 명절 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조직별로 ‘반영글’을 적어내라고 지시한 상태인데, 이 반영글에도 이 같은 주민들의 반향이 담기고 있다는 전언이다.
핵 사용 언급한 김정은 연설에 20대 큰 호응…“시원하게 한번 붙어보자”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미-중의 패권 갈등으로 북한 비핵화에 관한 국제사회 연대에 구멍이 생긴 틈을 타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명분으로 핵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김일성을 연상케 하는 ‘원수복’을 입고 나타난 김 위원장은 이번 열병식 연설에서 핵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 억제이지만 자신들의 근본이익을 침탈하려는 시도가 있는 경우에는 핵을 사용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런 김 위원장의 연설에 대해 북한의 청년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와 인터뷰한 2명의 청년 역시 핵 선제 사용을 언급한 김 위원장의 연설과 관련해 ‘시원하게 한번 붙어보자’고 말하는 청년들이 많았다고 했다.
평양 청년 장 씨는 “원수님의 연설을 듣고 가슴이 후련했다”며 “전쟁 억제력만이 아니라 우리가 주도적으로 사용한다는 선언은 또 한 번 전승(戰勝)을 확신한 것”이라고 말했다. 핵을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20대 젊은 청년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 청년들이 충성분자가 되도록 이끄는 ‘혁명적인‘ 발언이 된 셈이다.
양강도 청년 김 씨 역시 “이번 열병식에서 원수님이 하신 연설은 핵을 우리가 방어용으로만 아니라 공격용으로도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쏘겠다는 것으로 다들 알고 있다”며 “수령이 담력과 배짱이 있으니 우리나라도 당당하게 핵을 공격용으로 쏘겠다고 세계 앞에 발표할 수 있어 통쾌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핵을 우리가 쏠 수도 있다는 원수님 연설 내용은 이제껏 처음 듣는 정식 선언이라 20대인 나는 응당 자부심이 크고 청년들은 적들과 핵으로 한판 붙어보자고들 하고 있다”면서 “우리 대학에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청년들이 많다”고 전했다.
현재 북한은 ‘우리가 수십 년을 미국의 제재와 압박 속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맨 것은 오늘의 핵무력 강국의 완성을 위함이었다’는 내용을 담아 선전하고 있으며, 조직별로 김 위원장의 핵무기 선제 사용 가능성 언급에 관한 각계각층의 반향을 조사해 당에 보고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층 그릇된 전쟁관에 우려의 시선도…“전쟁 참화는 생각 않고…”
이런 가운데 북한의 장년층 사이에서는 그릇된 전쟁관을 가진 청년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 씨는 “‘허리띠를 조이면서 만들어온 그 핵을 한 번 써보고나 죽자’, ‘우리를 건드리면 지구를 다 핵 불바다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면 오히려 혁명적 발언으로 칭찬받는다”면서도 “주변 어른들은 지금 청년들이 원수님 연설 내용을 듣고 핵전쟁 참화에 대해 심각히 생각하지 않는 것은 핵의 위력만 강조하는 국가의 선전사업 때문이라고 수군거리고 있다”고 했다.
내부에서는 청년들의 호전성을 키우는 자극적인 발언으로 그릇된 애국심, 충성심을 유도하기보다는 올바른 관점으로 새 세대를 교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김 씨는 “우리나라가 못 먹고 못 살면서도 다른 나라나 누구를 다친 적(건드린 적) 있냐”며 “우리나라를 다치면(건드리면) 핵을 쏴서 세상이 망한다는 관점을 이번에 똑똑이 알게 해준 계기점이 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주변에 보면 다른 말을 하는 20대도 없는 게 아니다”며 “‘핵전쟁을 먼저 일으킬 수 있다는 건 우리도 다 죽으라는 것 아닌가.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나. 후대들인 우리에게도 승인을 받고 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원수님 연설 내용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는 청년들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