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외부문화 유입 차단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북한이 청년들을 대상으로 시장과 길거리 등지에서 휴대전화 집중 단속 및 검열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삼중의 통제와 처벌에도 외부문화에 눈을 돌리는 청년들이 지속해서 늘어나자 보다 강력한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평양시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에 “지난달 중순부터 평양시 시장과 길거리 등지에서 청년들의 손전화(휴대전화) 단속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단속은 각 구역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청년동맹)에서 선발된 청년 규찰대원들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길거리를 지나는 청년들의 휴대전화를 단속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다. 과거 고급중학교(고등학교)나 대학교, 직장별 청년조직에서 자체적으로 검열을 진행한 바는 있지만, 거리를 지나는 청년들의 휴대전화를 노골적으로 검열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10일께 평양시 청년동맹 위원회의 주도하에 휴대전화를 전문 단속하는 청년 규찰대가 조직됐다. 다만 주민들에게는 규찰대 조직에 대해 알리지 않고 비공개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 규찰대는 시장이나 길거리 등에서 수시로 청년들의 휴대전화를 단속, 검열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규찰대는 청년들이 소지한 휴대전화 내 문자메시지나 음악, 영화, 비디오 파일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불순한 내용이 있을 시 본인을 처벌함과 동시에 휴대전화를 회수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평양의학대학 학생 김모(20) 군이 길거리에서 통화를 하며 지나가다 규찰대에게 단속됐다. 갑자기 나타난 규찰대는 김 군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30분 넘게 검열한 끝에 한국 노래 파일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로 김 군은 대학에서 강의도 듣지 못하고 시 청년동맹 위원회에 불려가 매일 비판서를 썼고, 최근에는 사법기관에 넘겨져 노래의 출처와 관련 대상자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평양시 보통강구역에 사는 30대 여성도 최근 길거리에서 규찰대에 단속돼 휴대전화 검열을 받았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문제 될 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40분 넘도록 길에서 검열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규찰대의 단속, 검열에 대한 청년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청년들 속에서 길거리에서 통화를 하거나 손전화를 가지고 다니면 죄인이 된 기분이 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는 반발도 일면서 일부 청년들이 규찰대와 싸우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청년들의 사상이완을 의식한 당국이 남조선 노래를 듣거나 불순녹화물을 보는 비사회주적 현상을 뿌리뽑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오래전부터 외부문화를 접해온 청년들은 당국의 이런 처사에 콧방귀를 끼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