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90주년 맞아 軍에 돼지고기 공급 지시…현장선 피로감 호소

北 군부대 명절공급용 돼지고기 보장을 지역 공장, 기업소나 협동농장에 떠넘겨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인 지난달 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4월 25일) 90주년을 맞아 군부대들에 돼지고기를 공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다만 돼지고기 공급 책임은 또다시 군부대 주둔지역의 공장, 기업소와 협동농장들에 떠넘겨졌다는 전언이다.

2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4·25가 정주년을 맞는 만큼 군부대들에 반드시 돼지고기를 공급하라는 지시를 각 지방당에 하달했다.

이에 따라 양강도 당위원회에서는 각 시·군 당위원회에 지역에 주둔하는 군부대들에 돼지고기를 보장하라고 했고, 시·군당은 이 같은 지시를 각 공장, 기업소와 협동농장들에 그대로 내렸다. 내리 지시가 하달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정숙(옛 신파군) 당위원회는 군 안의 공장, 기업소와 협동농장들에 담당 군부대를 지정해주고 지난달 18일부터 23일까지 돼지고기를 공급하라는 과제를 부여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정일 생일(2월 16일, 광명성절) 80주년과 김일성 생일(4월 15일, 태양절) 110주년을 맞는 올해 군부대 돼지고기 공급이 연속으로 진행되면서 4·25를 맞아 공급할 돼지고기 원천이 형편없이 부족한 실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국가적 명절이면 빠짐없이 군부대 돼지고기 공급을 지시해왔다.

그러나 국경봉쇄가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수도 평양의 1만 세대 살림집을 비롯한 국가 주요 건설자들에 돼지고기 지원 사업이 집중되면서 돼지고기 원천이 바닥나 명절 때만 되면 현지 일꾼들이 골머리를 앓는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실제 김정숙군 신상(리) 협동농장에서는 군부대에 공급할 돼지고기를 마련하지 못해 곤경에 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농장은 겨우 9개의 작업반을 돌아서야 개인이 기른 20kg짜리 돼지를 잡아 지역 주둔 군부대에 지원해줄 수 있었는데, 대신 가을에 거둔 알곡으로 현 시가(돼지고기 1kg 2만 2000원)의 10배로 값을 쳐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명절이면 군대에 돼지고기를 공급하라는 지시가 반복적으로 하달되면서 책임을 떠안은 공장, 기업소나 협동농장들이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형편이 이런데도 정부는 핵과 미사일 자랑만 늘어놓으며 자신들의 치적을 내세우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은 4·25 90주년 기념 열병식과 관련한 행사 진행 사실을 국경 지역 주민들에게는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내부 정보가 외부에 유출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당국이 양강도와 함경북도 접경지역의 주민들에게는 주요 행사 일정 공유를 극히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