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이번엔 자본주의적 옷차림을 통제한다는 명목으로 단속된 여성들을 대상으로 촬영을 감행했다는 점이 포착됐다.
데일리NK는 최근 이 같은 영상으로 함경북도 청진시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에서 내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소식통을 통해 확인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동영상 강연회는 이달 초부터 시작됐다. 당국은 이 자리에서 “옷차림과 머리 단장을 우리(북한)식에 맞게 단정히 하는 것은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확립하는 데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옷차림과 머리를 단정하지 못한 건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형태’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철저히 단속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북한 노동신문은 24일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철저히 확립하는 것은 우리 당의 일관한 방침”이라며 “옷차림과 머리단장을 우리 식에 맞게 단정히 하는 것은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확립하는 데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그다음 장면에서 시작된다. 최근 청진시 길거리와 골목길에서 규찰대에 단속된 청년들이 직접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체로 20·30대 여성이었다고 한다. 몸에 쫙 붙은 바지를 입거나 머리염색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 촬영을 당했다. 모두 다 자본주의 날라리풍이라는 인식이다. 심지어 북한은 영상에서 ‘옷차림이 불결하고 사상이 불순하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옷차림과 몸단장은 단순한 외모가 아니라 그 사람의 사상 정신 상태와 문화 수준을 보여준다는 선전·선동 방식이 이번에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또한 강연회에서는 ‘가지런한 옷차림을 유지하는 건 조국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논리도 빼놓지 않았다. 이는 새것에 민감한 청년들의 진취성과 창발성을 철저히 차단하면서 외부 문화에 의한 청년들의 사상이탈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교양 사업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라고 소식통은 지적한다. 일단 이 같은 동영상 강연도 2018년부터 해마다 진행해왔지만,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연합지휘부(82연합지휘부)라는 전국 차원의 조직이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조직에서 규찰대를 내놓고 단속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진단이다.
소식통은 “최근 비사·반사와의 투쟁이 강화되고 있지만, 자본주의 영화 속에 나오는 옷차림과 머리단장을 따라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정부가 청년동맹에 비상을 걸어 각종 강연회와 학습을 통한 청년사상교양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년동맹 규찰대에 단속된 청년들을 시 군 청년동맹에 끌려가 비판서를 쓰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서야 내보내고 있다”면서 “그러나 단속에서 풀려난 청년들은 단속에 걸리지 않을 만큼 오묘한 옷차림과 머리 단장으로 간접적으로 반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