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암행어사 출두요” 이몽룡 시 부르는 북한 주민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 110주년을 맞은 수도 평양의 모습을 조명했다. 주민들은 한복을 차려입고 명절 분위기를 즐겼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일성 생일 110주년(4월 15일)과 김정은 집권 10주년(4월 11일)을 맞아 북한이 평양과 지방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를 행사를 열고 있는 이때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색적인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춘향전’의 암행어사 출두 장면에서 이몽룡이 부른 시가 유행하고 있다.

<암행어사 이몽룡의 어사시>

금준미주(金樽美酒)는 천인혈(千人血)이요,
옥반가효(玉盤佳肴)는 만성고(萬姓膏)라.
촉루낙시(燭淚落時) 민루낙(民淚落)이요,
가성고처(歌聲高處) 원성고(怨姓高)라.

금동이의 아름다운 술은 일만 백성의 피요,
옥소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일만 백성의 기름이라.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높았더라.

이에 대한 북한 당국의 대처는 발 빠르고 민감하다고 한다. 술을 마시고 이 시를 합창한 주민들을 보위부에 가두고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북한 당국은 충성심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인지했을 것이다. 이런 시의 유행은 아무리 충성을 외쳐도 진정한 충성은 보이지 않다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민들의 자유로운 욕구를 유일 독재 이데올로기로 막을 수 있다는 발상은 어리석은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부르고 싶은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은 인류가 누려왔던 자유이며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노동당은 자유를 죄악시하고 있다. 다양함을 억제하고, 유일사상을 강요하고 있다. 다른 의견을 말하면 사회적으로 매장되거나 심지어 범죄자로 낙인, 재판도 없이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기도 한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어떤가. 자유로운 문화를 지향하는 욕구를 지속 표출하고 있다. 독재 정치하에서도 본인만의 일상의 문화를 만들고 있다. 끼리끼리 모여서 술도 마시고, 한국드라마도 보고, 부르고 싶은 노래도 부른다.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누가 보지 않는 곳에서까지 충성할 까닭이 없다.

이럼에도 북한 당국이 이런 움직임을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로 규정하고 충성을 지속 강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권력 유지를 위해서일 것이다.

이몽룡의 질타를 받은 변사또와 같은 생활을 유지하려면 변사또의 부화방탕을 질타한 이몽룡과 같은 인물이 출연할 가능성을 완벽히 차단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명한 고전 춘향전의 시를 합창한 주민들을 붙잡고 강도 높은 조사하는 희극을 연출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30여 년 전 영화 ‘임꺽정’과 영화 주제가가 정권 반대를 추동한다는 이유로 소멸을 당했던 사건이 있었다.

김정은 집권 10년. 북한 당국은 성과를 자랑할 게 아니라 변화되지 않은 자신들의 행위를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일반 주민들에게는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는 호화 살림집 선전에 주력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인민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