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광물생산의 중심지인 함경남도 검덕지구에 3000여 세대의 새 살림집이 건설돼 주민들이 입주했지만, 대다수의 세대가 ‘물고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검덕지구에서는 주민들이 지난해 가을 골조 공사가 끝난 이후부터 새 살림집에 입주했으나 최근까지도 아파트는 2층까지, 단층집은 지대가 낮은 곳만 상수도 물이 겨우 나오고 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020년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본 검덕지구의 수해복구 현장을 찾은 뒤 이곳의 주택 건설안을 밝힌 바 있다. 이후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 검덕지구 주택단지 조성 사업을 포함시켰다.
당시 북한은 주택난 해소를 통한 주민 생활 향상, 지방 도시 재건 등의 목적으로 매해 검덕지구에 5000세대씩 총 2만 5000세대 살림집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고, 이에 따라 공사가 진행돼 지난해 가을부터 올봄까지 3000여 세대가 새집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날림식 공사로 인해 입주한 주민들이 수도 문제로 고생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실제 소식통은 “주민들의 빗발치는 전화를 받은 검덕지구 기업소 후방부와 당위원회는 건설지휘부에 알렸고, 할 수 없이 마을마다 1~2개의 공동 수돗가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낙착돼 지금 공사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이미 전에 올해 초 입사한 세대들에서 ‘물압(수압)이 약한지 4층 이상 집들은 물이 안 나온다’고 제기했고, 건설상무는 ‘겨울이라 동파 때문에 그럴 수 있으니 일단 낮은 층에서 물을 길어 먹고 봄에 가서 보수해 보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함경남도 당위원회는 수도 문제로 고생한 지 3개월이 넘었다는 검덕지구 주민들의 신소와 청원이 쏟아지자 부실 공사에 대한 책임 추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주택 시공을 맡은 건설지휘부 측은 ‘양수장을 더 설치해야 하는 문제지 부실 공사가 아니다’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완공에만 몰두한 나머지 세대수에 맞는 양수장을 제대로 짓지 못했고, 만성적인 자재와 자원, 설비 부족으로 제 마력의 양수기를 설치하지 못한 것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해 때 변압기, 전주대(전봇대) 등 송전설비가 다 물에 휩쓸려갔는데 그것도 원래대로 다 구축되지 못했다”며 “물을 높은 층까지 올려보내려면 양수기 전압이 세야 하는데 정전압이 들어오지 못하는 것도 먹는 물고생의 원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다만 건설지휘부 측에서는 ‘아파트 6층에서 물을 길어 먹는 게 얼마나 힘든지 우리가 모르겠냐. 설계가 국가 규정대로 됐어도 설비나 자재가 보장되지 않는 한 어쩔 수 없으니 우리가 책임질 일은 아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부실 공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덕지구 주민들 사이에서는 ‘5년간 2만 5000세대를 건설하겠다는 국가계획은 환영하지만, 이렇게 미흡한 상태에서 사람들을 무턱대고 입사시키니 물고생을 겪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주민들은 ‘건설하는 사람들도 공동 수돗가를 만드는 두벌 작업을 하니 개고생이 아니냐’며 혀를 차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도당은 건설지휘부 측과 태양광 노천 양수장을 건설해 부족한 양수장을 보충할 방안을 토의 중이라면서 검덕지구의 주민들을 달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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