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덕광산 노동자 아내들, 새 살림집 입주 앞두고 이혼 요구…왜?

북한 함경남도 검덕지구 살림집 건설 현장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함경남도 검덕지구의 살림집 건설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광산의 생산 노동자들이 본격적인 입주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노동자의 아내들이 이혼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되고 있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에 “검덕의 생산 단위 노동자들이 입사할 살림집은 골조 공사를 마치고 내부에도 벽지랑 장판을 다 해놔서 당장 들어가 살 수 있을 정도”라며 “몇몇은 이미 살림집 이용허가증을 발급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북한은 올해 말까지 광산의 생산 노동자들을 새 살림집에 우선 입사시키고 비생산 단위의 일꾼들은 내년 태양절(김일성 생일, 4월 15일) 110주년 전까지 입사하게 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내년 4·15 때까지 검덕지구의 살림집을 다 지으면 다시 한번 찾겠다고 해 함경남도당 군사위원회 위원들이 현재 검덕지구 살림집 건설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계속 현장에 나와 있고, 함경북도당 책임비서 역시 일주일에 사흘은 검덕지구를 찾아 직접 현장을 챙기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새로 지어진 살림집의 이용허가증을 발급받은 검덕광산의 노동자들은 실거주를 위한 집 내부 꾸미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그동안 살 곳이 마땅찮아 친정집에 가 있던 아내들이 하나둘 검덕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그중 일부가 ‘먹고살기 힘든 검덕에 다시 가지 않겠다’면서 이혼을 요구하고 있어 하나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입사 준비로 본가집(친정집)에 간 노동자들의 색시들이 다시 검덕에 들어오고 있지만 100명 중 7명(7%) 정도는 검덕에 가지 않겠다면서 이혼하겠다고 하고 있다”며 “이런 통계는 기업소(광산)에서 살림집 이용허가증을 내주면서 노동자 세대를 조사하다 자연스럽게 파악돼 종합보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산 측에서는 이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보고 당위원회 일꾼 1명, 노동과 일꾼 1명, 건물과 일꾼 1명씩을 차출, 이혼을 요구하는 집에 각각 보내 ‘생활을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며 색시와 그 부모님(노동자의 장인·장모)을 설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필요하면 친정 부모들이 속한 직장 당위원회나 직맹, 여맹 조직의 힘을 빌려서까지 설득하고 있다”며 “기업소에서 나간 일군(일꾼)들은 ‘검덕의 광부들이 어떤 광부들이냐. 수령님(김일성), 장군님(김정일), 원수님(김정은) 때까지 이어지는 금골의 광부들이 아니냐. 그런 광부들을 아내들이 잘 보필해줘야 하지 않겠냐’며 색시와 그 부모를 사상교양하고 검덕으로 안 가면 문제 된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외진 골짜기 마을인 검덕에서 생활하기가 어렵고 힘들다는 점을 꼽아 이혼을 요구하고 있으며, 지반이 약한 검덕지구에 새로 살림집이 지어진들 언제 다시 또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내비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이들은 “세대주가 광산에서 계속 일을 해야 하니 살림도 육아도 다 안해(아내) 몫인데, 나오는 공급마저 적어 살기 힘들다” “자연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살고 싶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이혼을 요구하는 핵심은 검덕에서 생활하는 게 어렵고 힘들다는 것인데, 이는 올해 내린 무더기비에 허물어진 노천광산이 다 복구가 안 돼 생산이 잘 안 되고 국경봉쇄로 광물이 수출도 안 되는 형편과 연관이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광산 측에서는 올해 연말 계획 총화를 앞두고 생산량을 끌어올리려 상금을 내걸고 직장별 경쟁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을 잘한 직장 내에서 가장 뛰어난 공로를 보인 ‘노력혁신자’에게는 최대 50만 원의 상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으로, 현재 재정과에서는 이 상금을 5000원짜리 돈표로 주겠다고 공표한 상태라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50만 원이면 100딸라(달러)가 넘는 금액인데 2500원 월 생활비(월급)을 받는 노동자들에게는 엄청난 것”이라며 “아무리 돈표여도 그것을 가지고 가면 식량판매소에서 곡물을 사 먹거나 상점에서 생필품을 살 수 있으니 기업소에서는 생산경쟁을 붙이려고 그거라도 내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