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날 묫자리 두고 주먹다짐한 주민들, 결국 안전부에 구류

북한 추석 성묘
성묘가는 북한 주민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페이스북 캡처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을 지닌 절기 청명(淸明)에 함경북도 연사군에서 북한 당국의 여러 주의사항을 무시하고 산에 올라 싸움을 벌인 주민들이 안전부에 구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연사군에 사는 두 가족은 절기상 청명인 지난 5일 산에 올라 제사를 지내는 과정에 묫자리를 가지고 다투다 몸싸움을 벌여 안전부에 구류됐다.

청명에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하고 제사를 지내는 오랜 풍습에 따라 북한은 앞서 지난 3월 말 청명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관한 여러 주의사항을 밝히고 전국 당과 행정 조직을 통해 주민들에게도 그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청명에 산에서 묫자리를 고치거나, 묘비를 다시 세우거나, 제사를 지낼 때 가족이 4명 정도 모일 수 있다는 점과 산에서 몇 시간 정도 머물지에 대해 방역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산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알렸다.

또 산에 올랐을 때는 항시 긴장감을 가져 건조한 봄철에 산불이 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의시키고, 김일성 생일(4월 15일, 태양절)을 앞두고 산에서 먹자판, 술판을 조성하거나 패싸움하는 현상들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이런 주의사항에도 불구하고 연사군에 사는 주민 김모 씨 가족이 오전부터 오후까지 무당을 불러다 묫자리를 옮기던 중 묘비를 고치러 온 다른 가족들과 싸움을 벌여 신속하게 출동한 기동방역조에 의해 저지당하고 즉시 안전부에 구류됐다.

무당을 부른 김 씨 가족이 묫자리를 바로 옆의 묘 쪽으로 바싹 옮기면서 옆 묘의 비석을 고치러 온 가족과 자리싸움을 벌였는데, 차츰 언성이 높아지고 결국에는 주먹질까지 오가 주변을 돌던 산림감독원에게 걸려들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이들이 주의사항을 어긴 것도 있지만, 특히 경사스러운 명절(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싸움을 벌여 정치적인 문제로까지 번졌다”며 “특히 묫자리를 옮긴 김 씨 가족은 미신쟁이(무당)까지 불러들인 것으로 비사회주의 행위까지 겹쳐 쉽게 처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지난 시기였으면 며칠간의 구류로 그쳤겠으나 이번에는 그보다 더 복잡해 단련대 처벌이 내려지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이에 싸움을 벌인 장본인들도 후회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