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닝’ 협력업체서 일하는 北노동자들, 저임금·고강도 ‘노예노동’

리닝협력업체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인근에 위치한 의류회사 밀집지역의 모습. /사진=데일리NK

중국 스포츠용품 기업 ‘리닝’의 협력 업체에서 일하는 북한의 노동자들이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12일 데일리NK에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의 몇몇 의류 제작업체가 리닝 본사와의 합작을 통해 스포츠 의류를 만들고 있는데, 이 중 한 복장(의류)공사에 북조선(북한) 노동자 600~700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단둥에서 15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해당 업체에서 7~8년 전부터 일해왔다고 전했으나 이곳 외 다른 리닝의 협력업체에도 북한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소식통은 “이렇게 많은 수의 북조선 노동자들이 오래전부터 일해왔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며 “외부에는 이것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해당 업체가 상당수의 북한 노동자들을 채용하고 있는 것은 현지의 중국인 노동자들보다 저렴한 임금으로 고강도 노동을 시킬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이 회사에서 일하는 북조선 노동자들은 한 달에 2300위안(한화 약 44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고 있다”면서 “임금 인상 얘기도 있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쏙 들어갔다”고 말했다.

임가공업에 종사하는 중국인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8000~1만 2000위안(한화 약 150~230만원)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비하면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2800~3200위안)과 비교해봐도 단둥의 리닝 협력 업체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그에 못 미치는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인근에 위치한 의류회사 밀집지역의 모습. /사진=데일리NK

더욱이 이들은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어 중국 내에서도 ‘노예노동’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소식통은 “이곳에서 일하는 북조선 노동자들은 매일 아침 7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일하고, 저녁밥을 먹고 난 후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는 야근도 한다”며 “이곳의 노동 강도는 엄청나게 강한데 북조선 노동자들은 한 달에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기계처럼 일한다”고 전했다.

중국인들이 이렇게 일하면 하루에 200위안, 한 달에 5000~6000위안은 받아야 하는데 북한 노동자들은 하루에 100위안도 못 받고 있는 셈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서 중국 회사들은 북조선 노동자들이 없으면 옷을 만들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며 “중국에서 복장회사 운영한다고 하면 거의 다 북조선 사람들을 데리고 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관리청(CBP)은 지난달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리닝의 제품 제조 과정에서 북한 노동력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돼 ‘적대국 억제 제재법’에 따라 미국의 모든 통관항에서 리닝의 제품을 억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리닝 제품의 주요 판매국이 미국도 아닌 데다 조치가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별 영향은 없고 공장도 문제없이 잘 돌아간다”면서 “이번 제재가 북조선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한두 달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