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천 탄광연합기업소 굴진 실적 악화… ‘자력갱생’ 기조 때문?

소식통 "자체 생산 착암기 성능 형편 없어...몇 시간 돌리면 바로 고장나기도"

제남탄광
평안남도 개천시 제남탄광(기사와 무관).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연일 굴진(掘進) 성과 확대와 채탄 실적 향상을 선전하지만, 실상은 목표 달성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력갱생을 외치며 투입한 북한산(産) 장비와 부품 성능이 좋지 않아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21일 개천지구 탄광연합기업소 생산 총화(평가)에서 굴진 실적이 떨어진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면서 “총화는 상당히 심각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3일 “석탄공업 부문에서 굴진 경기(경쟁)가 대대적으로 전개되는 속에 예비채탄장확보에서 뚜렷한 전진을 가져오고 있다”며 “종합된 자료에 의하면 석탄공업 성적으로 지난 20일까지 수백 개의 예비채탄장이 마련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뚜렷한 전진을 이뤘다는 북한 당국의 선전과는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애초 계획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목표를 얼마나 달성하지 못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소식통은 “총화에서 목표 미달성 원인 중 하나로 착암기(바위에 구멍을 뚫는 기계) 고장으로 인한 장비 가동률 저하가 지목됐다”며 “실제, 기업소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천 착암기의 성능이 형편없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개천 탄광에서는 주로 전천 착암기공장에서 생산된 착암기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생산된 장비의 정밀도와 내구성이 떨어져 굴진 성과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다.

소식통은 “새로 만든 부품을 맞추어도 튼튼하지 않아 몇 시간 돌리면 바로 고장이 난다”면서 “새 착암기도 1년도 이용 못 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착암기 부품의 정밀도와 부품 소재의 강도가 문제다”면서 “국산 소재로 자체로 만든 부품은 소재의 강도가 약하고, 정밀도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국가적으로 자력갱생을 외치며 자체적으로 설비, 자재, 부속품 등을 생산하고 있지만, 제품의 질이 좋지 않은 모양새다.

대북 제재와 국경봉쇄로 인해 원자재 수급이 쉽지 않고 기술력마저 높지 않아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 내에서 착암기를 전문적으로 생산해 공급하는 공장의 제품의 질이 낮아 낮다는 점에서 다른 탄광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북한은 국경 폐쇄로 채굴 장비 유지보수에 필요한 부품을 들여오지 못하면서 석탄 생산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와 관련 본지는 지난해 말 순천지구 탄광연합기업소가 착암기 부품 등 자재 부족으로 인해 11월 목표생산량의 50% 정도밖에 생산하지 못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순천 탄광 11월 목표 50% 미달…채탄장비 부속 부족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