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서 ‘핵포기 불가론’ 팽배… “우크라이나 핵 있었다면 침공했겠나”

당국의 '美 책임론' 강조에 영향 받은 듯...소식통 "北, 향후 간부 대상 '핵보유 정당성' 교육 강화"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제2차 초급당비서대회가 (2월) 28일 폐막했다”고 1일 보도했다. 초급당비서대회 마지막 날 폐회사를 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노동신문·뉴스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당 간부들 사이에서 ‘핵포기 불가론’이 팽배한 것으로 확인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북한의 핵보유 집착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부 고위급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에 “우크라이나가 핵을 가지고 있었으면 전쟁이 났겠냐”며 “우크라이나 사태는 핵을 보유해야만 누구도 쉽게 침공하지 못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급 소식통도 “핵이 있어야 다른 나라가 침공하지 못한다”며 “결국 체제를 지키는 길은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게 아니라 자위적 국방력을 강화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원인이 핵포기에서 비롯됐다는 게 북한 내 고위급 간부들의 중론인 것으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구소련이 붕괴할 당시 자국 영토에 배치돼 있던 소련의 핵무기를 승계 받아 핵보유국에 포함됐다.

하지만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합의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체제 보장과 경제 지원을 받는 대가로 핵무기를 러시아에 반환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다.

우크라이나에 배치돼 있던 핵무기는 처음부터 소련의 것이었고 우크라이나는 핵무기를 유지할 능력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 고위 간부들은 미국과 러시아의 패권 갈등이 우크라이나에서 격화된 이유가 우크라이나의 핵포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북한 고위 간부들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핵보유의 당위성과 연결시키고 있는 것은 당국의 정치 선전교육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간부 대상 정치 강연회에서 북한 당국은 국제정세를 설명하며 ‘미국의 패권주의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유발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 사태의 책임이 미국과 서방의 패권 정책에 있다는 비판만 늘어놨다는 것이다.

반제국주의를 사회적 통합의 수단이자 정치적 가치로 활용해온 북한 당국으로선 러시아의 침공 사실을 간부나 일반 주민들에게 알리고 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우방인 러시아를 지지하면서도 사태의 책임을 미국과 서방에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28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게 된 근원은 전적으로 다른 나라들에 대한 강권과 전횡을 일삼고 있는 미국과 서방의 패권주의 정책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북한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러시아의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한편,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간부들에게 ‘핵보유 정당성’을 적극 선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이나 외무성 간부뿐만 아니라 국가보위성 및 사회안전성에도 우크라니아 사태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고, 핵보유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정치 사상교육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언이다.

고위 소식통은 “조만간 당 일군(일꾼)들은 물론이고 보위·안전 기관에도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정세 학습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