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진 가정의 남편 빼앗아간 女고리대업자, 공개재판 뒤 교화소行

북한 양강도의 국경 마을. 한 건물에 ‘선군조선의 태양 김정은 장군 만세!’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데일리NK

빌려 간 돈을 갚지 못한 부부에게 돈을 받을 대신 그 남편을 빼앗아간 양강도 대홍단군의 여성 고리대업자가 공개재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4일 데일리NK에 “대홍단군에 사는 한 여성 고리대업자는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로 주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이용해 주변 주민들에게 돈을 꿔주고 고리대를 해오던 중 돈을 물지 못한 한 가정의 남편을 빼앗아갔는데, 이 행위가 적발돼 공개재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공개재판은 지난달 21일 오전에 열렸으며, 이 자리에는 도 검찰소와 도당위원회 및 인민위원회, 대홍단군 당위원회 책임일꾼들을 비롯해 주민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공개재판에서는 주로 돈을 꿔주고 이자를 받아먹거나 꿔준 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채무자들에게 행패를 부린 주민 12명에 대한 법적 판결이 이뤄졌는데, 그중에서도 빌려준 돈을 받을 대신 남편을 빼앗아간 여성 고리대업자의 죄행이 가장 심각하게 다뤄졌다.

문제의 고리대업자는 남편이 일찍 사망해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된 30대 중반의 여성으로, 그는 앞서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약초장사꾼 부부에게 6개월 기한으로 중국 돈 2000위안(한화 약 38만 원)을 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부부가 기한이 넘도록 돈을 갚지 않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여성 고리대업자는 집안의 가장집물을 팔아서라도 돈을 물도록 강요했는데 그렇게 해도 돈을 다 받을 수 없게 되자 ‘앞으로 열흘간 돈을 다 물지 못하면 남편을 내놓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쓰게 했다.

실제로 이 여성은 결혼 전 빚진 가정의 남편을 수년간 짝사랑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빚을 갚을 형편이 안 되는 아내는 ‘네가 내 남편을 좋아한 게 다행이다’라면서 당분간 남편을 데려가 살게 해 시간을 끌고 돈을 다 물면 남편을 찾아오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결국 남편은 빚 때문에 과부인 여성 고리대업자에게 팔려 갔고, 이 일이 주변 주민들에게 알려져 인민반장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됐다. 인민반장은 이 사건에 관한 주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을 종합해 안전부에 제기했으나 안전부는 시시한 문제라면서 취급하기 시끄럽다고 문제 삼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인민반장은 이 일을 묵과할 수 없다면서 도 검찰소에 이 사안을 신고했다. 이후 도 검찰소는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그냥 두면 사회주의 영상(이미지)을 흐리는 더 부패한 행위들이 나온다’면서 군의 주민들과 도의 일꾼들까지 참가하게 해 공개재판을 진행했다는 전언이다.

그렇게 열린 공개재판에서 가장 문제시된 30대 여성 고리대업자는 결국 8년 교화형을 받아 함흥교화소에 가게 됐고, 함께 재판을 받은 다른 주민들은 단련대 정도의 처벌을 받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