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황해남도 신원군에서 한 주민이 김정일 생일(2월 16일) 80주년을 맞아 사적지에 놓인 화환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6일 새벽 황해남도 신원군에서 명절을 맞아 사적지에 증정된 화환이 불타는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 당국이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김정일 생일 80주년 당일에 선대 수령을 기리는 의미로 올려진 화환이 훼손되는 일이 벌어진 만큼 신원군 보위부와 황해남도 보위국에는 초비상이 걸렸다는 전언이다.
도 보위국과 신원군 보위부는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화환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비상 수사팀을 구성해 신속하게 범인 색출에 나섰다. 그 결과 신원군의 한 리에 사는 40대 남성 최모 씨(40대)가 불을 지른 것으로 밝혀져 보위부에 긴급 체포됐다.
최 씨는 평소 북한 체제에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국가과학원 과학자였던 아버지가 1980년대 반당·반혁명 종파분자로 낙인찍혀 신원군의 오지로 추방됐는데, 이 때문에 그는 소학교 시절부터 ‘너네 아버지 반동이지’라는 말을 듣고 자란 것으로 전해졌다.
고등학교 졸업 당시에는 토대가 순결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초모(군입대) 사업에서도 배제되고 대학추천도 받지 못했으며, 성인이 돼 사회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과오를 아들인 자신이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성실히 일했음에도 그토록 바라던 노동당 입당도 결국 하지 못했다.
이처럼 어려서부터 정치적 학대와 박해를 받으며 살아온 최 씨는 자신의 출신성분으로는 군대도, 대학에도 못 가고 입당도 할 수 없는 현실에 좌절감과 분노를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그가 평소 당국에 앙심을 품고 있다가 광명성절 80돐(돌)에 맞춰 극단적 행동으로 무엇을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며 “이번 사건은 일반 사건이 아니라 체제에 반기를 든 특대형 정치적 사건이라 사건 내용이 확산될 경우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음으로 극히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건 이후 최 씨의 가족들은 모두 보위부에 끌려간 상태”라며 “도 보위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도안의 요시찰(감시) 대상들의 사상 동향을 전면적으로 재조사하고 향후 그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