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한 광명성절 준비 때문에… ‘돼지고기’ 꾸러다니는 북한 군관들

지난해 김일성 생일(4월 15일, 태양절로 선전) 맞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북한 군인들의 모습. /사진=데일리NK 내부 소식통 제공

김정일 생일인 광명성절 80주년(16일)을 앞두고 북한 군부대들에서 명절 물자 공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양강도 주둔 국경경비 25여단에 ‘광명성절’ 명절 물자가 공급됐다. 군인 1명당 3일분 입쌀과 소금, 된장, 식용유, 담배 등이 공급됐다는 전언이다.

북한군에서 식량과 소금, 된장, 식용유는 평소 정상적으로 공급돼야 하는 품목이다. 응당 공급돼야 할 후방물자들이 명절용 물자로 공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국이 “성대히 경축하라”고 지시한 것과 비교하면 너무 초라한 선물이 차려진 셈이다.

특히 명절 선물로 빠지지 않았던 ‘돼지고기’는 구분대에서 자체로 해결하라는 지시가 하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25여단 252여단 3대대의 한 중대장은 지난 9일 지역 협동농장에 나가 나중에 돼지고기 1kg당 강냉이(옥수수) 15kg을 주기로 하고 50kg짜리 돼지 한 마리를 외상으로 가져왔다고 한다. 즉, 가을에 옥수수 700kg을 갚아야 한다.

평소 같으면 주둔 지역에서 돼지고기 지원이 들어왔어야 했지만 그마저도 되지 않았다. 국경 봉쇄 이후 당, 행정기관의 모든 지원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국은 돼지고기를 광명성절 당일 군인들 식탁에 무조건 올려놓아야 한다는 지시를 하달했다. 대대장, 중대장과 같은 책임 간부들이 처벌을 회피하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또한 반찬 가지 수도 5가지 이상 준비하라는 강조도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군인 가족들이 날짜를 정해 2일간 보장하라고 했다.

소식통은 “군관 가족들은 배급도 제대로 못 받고 더욱이 장사도 못 하는 상태라 상황이 그렇게 좋지 못하다”면서 “모든 것이 부족하고 어려운 실정을 알면서도 무작정 하라고만 하는 (당국의) 지시에 황당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