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 붐비는 시장서 구걸하는 사람이 북한 영화배우들이라고?

2019년 북한 배우 달력. / 사진=데일리NK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일부 북한 영화배우가 생계난에 내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이달 초 조선예술영화촬영소 배우들이 평성 옥전시장에 나타났었다”며 “이들은 돈이 없었는지 시장 내 여기저기 다니면서 얼굴을 팔아 구걸하고 밥을 얻어먹었다”고 전했다.

조선예술영화촬영소는 1947년 ‘국립영화촬영소’라는 이름으로 창립된 북한 최대의 영화제작소다. 북한 최대 영화제작소 소속이자 얼굴이 많이 알려진 배우들이 인파가 많은 시장에서 구걸할 정도로 생활 수준이 좋지 않은 모습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한 배우는 “국가에서 주는 것은 없어 먹고 살기가 막막하다”면서 “얼굴이 알려져 장사도 못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은 부인과 아이들이 장사해서 겨우 살았었다”며 “그런데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로 그것마저 잘 안돼 할 수 없이 평성시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북한 배우들은 직장에 배치되면 학력과 실력 정도에 따라서 급수(1~6급)를 받으며 그에 따른 배급이 나온다. 그러나 공훈배우나 인민배우 같은 최고 등급이 아니라면 배급만으로는 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텔레비전 등을 통해 얼굴이 알려진 배우들은 체면과 경제생활 경험 부족 등으로 대체로 장사하지 않았다. 그들의 가계 수입의 대부분은 가족들이 장사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북한 내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장사가 예전처럼 되지 않자 배우들이 생계난에 처하게 것이다. 이에 생계절벽에 내몰린 배우들이 체면을 뒤로한 채 거리에 나와 구걸을 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를 지켜본 북한 주민들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 부인(리설주)이 가수여서 요즘은 가수들이 잘 나간다”면서 “그래도 영화배우인데 어쩌다 저렇게 됐을까 수군거리는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과거 북한 예술 영화 분야는 김정일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 속에 큰 성장을 이뤘다. 당시 김정일은 예술영화의 대중성과 영향력을 이용해 이를 정치적 선전도구로 활용하고자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예술 영화에 관한 관심은 이전보다 상당히 낮아졌다. 실제,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예술 영화 제작은 크게 줄어들었다. 북한이 제작한 마지막 예술영화는 2016년에 발표한 ‘우리집 이야기’로 알려졌다.

그에 반해 ‘모란봉악단’ ‘청봉악단’, ‘국무위원연주단’ 등을 위시한 공연 예술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자연스럽게 공연 예술가에 대한 급여와 처우도 좋아졌다.

실제, 지난해에는 국무위원회 연주단 성악배우인 김옥주가 ‘인민배우’ 칭호를 받았으며, 국무위원회 연주단 단장이자 지휘자인 리명일과 방철진이 ‘국기훈장’ 제1급을 받았다.

다만, 북한은 드라마 부분에 새로운 연출이나 촬영 기법 등을 도입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정치선전을 기존 예술영화가 아닌 드라마를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때문에 드라마 배우들의 경우 처우는 예술영화 배우들에 비해 나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