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칼럼] 김정은式 음악정치, 체제 유지에 도움될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국가표창을 수여받은 중요예술단체 창작가, 예술인들을 만나 축하해줬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김정은 오른쪽 인물이 바로 김옥주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난 11일 만수대의사당에서는 국무위원회연주단을 비롯한 중요예술단체 창작가, 예술인들에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명예 칭호와 훈장이 수여됐다. ‘국무위원회연주단 성악배우’로 소개된 김옥주는 인민배우 칭호를 받았다. 김정은은 국가표창을 받은 창작가, 예술인은 물론 국무위원회연주단 전원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최근 북한 음악공연에서 김옥주는 단연 독보적인 존재다. 2021년 공연만 살펴보더라도 그녀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먼저 지난 1월 13일에는 제8차 당대회 폐막 직후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제8차 당대회경축 대공연: 당을 노래하노라>가 개최되었다. 이 공연에서 김옥주는 공연의 <서곡>과 <종곡>은 물론 독창 무대를 이어갔다.

이후 2월 11일, 역시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설명절 경축 공연’이 개최되었다. 이 공연이 끝난 직후 무대로 내려온 김정은은 연주단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이때 김옥주는 김정은의 바로 옆에 자리했다.

이 공연이 끝나고 불과 5일 후인 2월 16일 <‘광명성절’ 기념공연> 때에도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공연이 개최되었다. 이 공연에서 김정은은 김옥주에게 두 번이나 앵콜을 지시했다. 김옥주가 1부 공연의 마지막 순서로 <친근한 이름>이라는 곡을 부른 후 김정은은 무대를 향해 직접 앵콜을 지시했다. 또한 2부 공연을 마친 후 김정은은 한 번 더 앵콜을 지시함으로써 한 공연에서 세 번이나 같은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지난 6월 20일, 김정은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를 마친 뒤 당 중앙위원회 간부들과 국무위원회연주단 공연을 관람했다. 이 공연에서 김옥주는 전체 26곡 가운데 대략 20곡 이상의 노래를 불렀다. 특히, <우리 어머니>, <그 정을 따르네>라는 신곡을 발표했는데, 모두 김옥주의 무대로 채워졌다. 두 곡의 신곡은 김옥주를 주인공으로 하는 뮤직비디오로 제작되어 보급되었다.

지금까지 북한의 화면음악은 자연풍경을 배경으로 하거나, 가사 내용에 맞추어 선전 영상이 주를 이루었다. 이번에 공개된 뮤비는 김옥주를 주인공으로 드라마적인 요소를 도입하고, 메이킹필름처럼 녹음실에서 오디오믹싱 작업 장면을 넣기도 했다. 두 곡의 신곡 뮤직비디오와는 별도로 김옥주가 부른 <어머니>라는 노래의 뮤직비디오도 공개되었는데, 영상의 마지막 장면은 김옥주가 김정은의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청사를 바라보는 모습이다. 또한 노동신문 기사에 따르면 김정은이 “<우리의 국기>를 비롯한 노래 창작을 높게 평가하고…”라고 언급했는데, <우리의 국기> 노래 역시 김옥주가 신곡으로 발표한 곡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중앙지도기관 성원들과 함께 설명절경축공연을 관람했다고 2021년 2월 12일 노동신문이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또한 올해 상반기에만 네 차례 음악공연을 개최했고, 김정은은 모든 공연에 참석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공연에서 바로 김옥주가 핵심이었다.

김옥주는 은하수관현악단에서 활동한 가수로, 리설주와 함께 <황금나무 능금나무 산에 심었소>라는 곡을 부르며 같은 무대에 서기도 했다. 이후 김옥주가 두각을 보인 건 2015년 청봉악단이 결성되면서부터다. 2012년 결성된 모란봉악단에 이어 ‘또 하나의 국보급 예술단체’라는 칭호를 받으며 결성된 청봉악단에서 김옥주는 김주향, 송영, 김성심과 함께 핵심 멤버였다. 청봉악단이 발표한 신곡 “영원한 메아리”를 독창으로 부른 가수도 김옥주이며, 청봉악단은 신곡 ‘김정은 장군 찬가’를 부르며 그 위상을 높였다.

이후 2018년 2월 8일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기원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 당시 김옥주는 북한 가수 송영과 함께 한국 노래 <J에게> 등을 부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또한 4월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예술단 합동공연에서 가수 이선희와 함께 ‘J에게’를 부르기도 했다.

그런데 김정은 시대 대표악단인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이 모두 무대에서 사라졌다. 모란봉악단의 대표가수 류진아, 라유미 그리고 청봉악단의 대표 가수이자 한국공연에도 함께 왔던 김주향, 송영 등은 활동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은하수관현악단부터 시작해 김정은 시대 대표악단인 모란봉악단, 청봉악단, 삼지연관현악단을 거쳐 지금의 국무위원회연주단까지 북한 음악공연의 핵심에 김옥주가 있다. 그렇다면 김옥주가 이처럼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정은의 개인적 취향만으로 김옥주의 위상을 설명한 건 설득력이 약하다. 결국 왜 김옥주인가에 대한 질문은 현재 북한 내부 상황과 김정은의 음악정치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북한은 현재 8차 당(黨) 대회 관철을 위한 사상투쟁을 강조한다.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폐쇄와 지난해 수해 등으로 안팎으로 도전에 직면한 어려운 시기임을 자인하고 있다. 심지어 1960년대 천리마 정신을 강조하며 내적 결속과 주민통제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에서 음악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며 주요한 선전선동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이번 공연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김정은이 등장한 2012년은 모란봉악단이 결성되면서, 김정은의 젊은 지도자 이미지, 세계적 추세를 반영한 새로움 등을 주제로 한 활동이 이어졌다. 전 단위 조직에서 모란봉악단의 창조기풍을 따라 배우라는 지시와 함께 ‘일본새’의 모범으로 치켜세웠다.

한 달 동안 연속으로 평양 공연을 하고, 전국 순회공연은 물론 군부대 화선공연까지 이어졌다. 노동신문에는 모란봉악단의 신곡이 실렸고 노래 따라 배우기 열풍이 분다고 선전했다. 모란봉악단 단원 중 일부는 당시 20대의 나이에 공훈배우 칭호를 받았다.

이러한 패턴은 지금의 국무위원회연주단의 선전에 그대로 적용된다. 국무위원회연주단이 발표한 두 곡의 신곡은 노동신문에 실렸고, 전 단위로 보급되어 따라 배우기 열풍이 분다고 선전한다. 김정은이 참석한 공연에 이어 지금도 평양에서 공연은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김옥주는 인민배우 칭호를 국무위원회연주단 단원 중 일부는 국가훈장을 받았다.

결국 시기별로 그 형태는 다르지만 김정은의 음악정치는 동일한 패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모란봉악단이 아닌 국무위원회연주단의 공연과 같은 대형공연이 필요할 때다.

2021년 새롭게 제시한 8차 당 대회의 과업을 달성하자는 관철대회를 개최하는 상황에서 음악은 이를 구현하기 위한 주요한 수단이다. 이전의 모란봉악단의 활동목적과 달리 지금은 웅장한 오케스트라 중심의 대형공연과 장엄한 연주곡 등을 통해 사상강화와 충성심을 고취하는 목적이다.

혹자는 김정은이 “문학예술 부문이 의연 동면기·침체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때에 당 중앙의 의도를 구현한 명작, 명공연들로 인민의 적극적인 호응과 감흥을 불러일으킨 국무위원회연주단의 예술창조 활동은 그 어떤 성과보다도 기다리던 반가운 일”이라는 언급을 인용하며 김정은이 체육만을 강조했는데 이번에 문학예술 분야로 관심을 옮긴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동면기, 침체기는 김정은이 등장한 2012년부터 현재까지라기 보다 2019년, 2020년의 상황을 의미하는 정도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2016년 7차 당 대회를 개최하며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발표했다. 그 성과가 미비하고 사상강도가 약해진 시기가 대략 2019년과 2020년이다. 특히, 이 시기는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의 공연이 현격히 줄어든 시기다. 좁은 의미로는 문학예술 분야에 국한되지만, 넓게 보면 김정은이 말한 ‘침체기’는 문학예술뿐만 아니라 전 조직에 걸쳐 각성하고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해 가자는 의미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김옥주의 뮤직비디오에서 볼 수 있듯이 신곡 발표의 형식을 달리해 주민들의 ‘수준 높은 요구’를 의식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통해 외부정보 유입을 엄격히 차단하면서도 동시에 북한 내부적으로 외부 콘텐츠에 경쟁할 정도의 콘텐츠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한 두 곡의 신곡 <우리 어머니>와 <그 정을 따르네>는 각각 당과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하는 노래다. 노래 가사 중 일부를 보면, “모진 풍파를 다 막아주며 보살펴 주시는 원수님” “우리 원수님 오직 한 분만 일편단심 따르리라” 등이다. 사상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노래 가사 및 내용은 이전과 비슷하지만, 전달방식은 달리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김옥주의 부상은 김정은의 음악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이며, 이 자리는 앞으로 다른 가수로 대체되며 동일한 패턴을 이어갈 것이다. 다만, 공훈국가합창단이 김정일 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며 ‘관록있는 예술단체’로 그 명맥을 유지하듯, 국무위원회연주단은 국무위원회라는 조직과 이름이 개편되지 않는 한 당분간 그 위상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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