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비협조에 결국…NKDB, 올해 북한인권·종교백서 발간 무산

nkdb 기자회견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이 지난해 9월 열린 기자회견에서 통일부의 ‘북한인권 북한인권실태조사’ 중단 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북한인권정보센터 유튜브 캡처

10여 년이 넘게 북한인권 문제와 종교 실태에 관한 백서를 제작해온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통일부의 일방적인 비협조로 인해 불가피하게 올해 발간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NKDB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1 북한인권백서와 북한종교자유백서를 발간하지 않기로 했다”며 “통일부가 지난해 일방적으로 통보한 ‘NKDB 하나원 조사 불허’ 방침이 (이번 결정을 내리게 된) 주원인이다”고 전했다.

단체는 “탈북민 면담으로 확보한 증언을 통해 국제사회에 북한인권 실상을 알리는 것이 NKDB의 주무였다”면서 “통일부의 ‘하나원 조사 금지’ 조치로 인해 기관의 상징과도 같았던 두 백서 발간에 제동이 걸렸다”고 했다.

윤여상 NKDB 소장은 “통일부의 ‘하나원 조사 중단’ 방침은 국제사회와 민간단체들과 협력해 북한인권을 개선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은 물론, ‘국정과제 92’번까지 위배하는 것”이라면서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 문제에 있어서 정책상 후퇴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불식시키려면 (북한인권 조사기록에 대한) 민관 협력이 필수이다”고 강조했다.

NKDB는 2004년부터 하나원 입소자를 대상으로 북한인권 실태 조사를 해왔다. 2008년부터는 공식적으로 통일부의 위탁을 받아 북한인권 실태 조사를 전담해왔다.

NKDB는 이렇게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인권백서는 14년, 북한종교자유백서는 13년 동안 발간해 왔다.

그러나 통일부가 NKDB에 하나원 입소 탈북자를 조사 불허 방침을 내리면서 백서의 근간이 되는 자료를 수집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부득이하게 백서 발간이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게 단체의 설명이다. 십 년이 넘게 민관이 협력해 진행해온 북한인권 실태 조사, 기록 사업이 주무 부처의 비협조로 인해 중단된 상황이다.

단체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 2016년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NKDB에 하나원 조사 규모와 질문 문항을 축소할 것을 지속 요구했다. 심지어 통일부는 지난 2020년 1월에 NKDB에 조사 대상자 규모를 매달 30% 추가 감축하라고 했다. 그로부터 두 달 후 통일부는 ‘하나원 조사 중단’ 결정을 내렸다.

NKDB는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남북관계를 의식해 2017년 설립 이래 단 한 차례도 북한인권 실태 보고서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면서 “민간에서라도 북한인권 실태를 알리려는 시도가 정부와 무관히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소장은 “북한인권법에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면서 “통일부가 민간기관에도 하나원 입소자에 대한 북한인권 실태 조사 기회를 부여해 NKDB의 ‘2022 북한인권백서’와 ‘2022 북한종교자유백서’는 발간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NKDB는 올해 ‘북한인권백서’와 ‘북한종교자유백서’ 미발간 결정과 별개로,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와 탈북민 지원 사업을 통해 이제까지 해온 북한인권 개선 운동을 지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NKDB는 최근 북한인권 침해 장소를 보여주는 위성 지도 웹사이트 비주얼 아틀라스(www.visualatlas.org)와 북한인권에 관한 온라인 박물관 북한인권 라키비움(www.nkhrlarchiveum.org)을 제작해 오픈하는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북한인권 실상을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