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사회에서 남녀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주민들 속에서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지위를 둘러싼 논란이 부쩍 늘었고, 청년세대는 성 평등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농촌에서 불평등 요소가 커져 여성들의 근로와 가계생활에서 초보적인 인격도 보장 받지 못하는 일이 지속 포착되고 있다.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5일 평안남도 평원군 대정협동농장에서 20대 여성 농민이 마음에 없는 남자에게 시집가라는 부모의 강요에 목을 매 자살하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최근 농촌에서 여성 자살이 한두 건이 아니라고 한다. 자살이 국가반역으로 인식되는 사회에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나는 건 사회적 불만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게 소식통의 지적이다.
일단 불만은 주로 여성 쪽에 있다. 농촌 인구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여성이 농업 생산과 가공·판매 등 경제활동은 물론이고 가사와 양육, 봉사활동 등 공동체 유지에 주도적으로 이바지하고 있는데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즉 농촌사회에서 여성 차별이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게 자살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개인 자유가 가장 적은 그룹에서 극단적 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다.
농촌 여성 대부분은 고급중학교(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생업에 나서게 된다. 특별한 기술을 배울 수 없어 기술직도 차례지지 않고, 부모의 경제적 도움도 여의치 않아 오직 자신의 육체적 능력에 의존해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결혼에서도 선택의 자유도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와중에 농촌 남성들은 ‘여성은 당연히 지위가 우리보다 낮아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농촌에서 여성이 노동 투입 시간이 남성보다 적지 않은데 농업부문 경영자의 대부분은 남성이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요 농업생산지 평남 문덕군의 경우 25개 농장 중 여성 관리위원장이 3명에 불과하고, 당비서, 기사장은 단 1명도 없다.
북한이 해방 후 바로 ‘남여 평등’을 주장, 법령도 발표하면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을 높이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수령이 아버지고 당이 어머니라는 가부장적 체제 영향으로 여성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또한 농촌에서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성(性)인지 감수성도 불평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시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농촌에서는 여성 차별적인 말과 행동이 거의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지 농민들도 농촌이 여성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삶터가 되려면 성범죄·폭력 등으로부터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 문제도 농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어떠한가. 이런 갈등을 오히려 더 부채질하고 있는 건 아닌가. 최근 진행된 사회주의여성동맹 7차 대회에서 생산현장과 가정에서 노동자, 혁명가, 아내, 어머니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을 두고, 이른바 ‘코로나 경제난’ 극복을 여성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여성 근로자가 인구의 약 60%를 차지하는 농촌에서 여성들이 맘 편히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농촌의 발전과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전사회적으로도 적용 가능한 부분이다.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적인 제도의 마련이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