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전염병 전문 ‘격리시설’ 건설 지시…방역 장기화 염두?

낙후된 격리시설 상황 인지한 듯...사회와 완전격리된 제2의 '정치범 수용소' 우려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일 강계시샘물공장의 일꾼들이 단위의 방역체계를 완비하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소독사업에 사소한 빈틈도 없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현재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당국이 전국에 코로나 의진자(의심환자)를 관리하는 전문 격리시설 설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데일리NK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보건성과 각 지역 인민위원회에 평양을 제외한 각 지역에 전염병 전문 격리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당국은 지난해 8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통해 비상방역법을 채택했는데 이번 지시는 해당 법령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북한 당국의 비상방역법의 제2장 제16조는 ‘중앙보건지도기관, 지방인민위원회, 해당 기관은 전염병 환자와 의진자, 접촉자를 따로 갈라 격리시킬 수 있는 격리시설을 방역학적, 봉쇄적 요구에 맞게 꾸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각 지역 전문 격리시설 설치를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 포함시키고 국가계획위원회가 건설 상황을 점검하도록 했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지시에 따라 현재 북한 내부에서는 각 지역마다 격리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위치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염병 환자와 증상자 및 접촉자와 일반 주민 격리가 주된 목적인 만큼 주거지와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인적이 드문 곳을 건설 대상지로 우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비상방역법이 채택된 지 1년이 지난 후 갑자기 전문 격리시설 건설 지시가 하달된 배경에는 현재 코로나 의심증상자들이 격리돼 있는 시설의 열악한 환경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고됐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북한 당국은 고열과 호흡 곤란 등 코로나19와 관련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각 지역의 여관이나 노인요양원 또는 임시 가설물에 격리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격리시설이 아닌 데다가 약품 부족으로 격리자들이 제대로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옥수수밥에 소금국, 염장 무만 겨우 식사로 제공되는 등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리다가 사망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사망했으니 뼛가루 가져가라”…北 코로나 격리시설서 무슨 일이?)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민들은 격리시설 입소를 꺼리고 있고, 돈이나 권력이 있는 주민들은 뇌물을 주고 퇴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문제는 격리시설 퇴소자들이 시설의 열악한 환경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전하면서 일반 주민들도 현재 격리시설의 심각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같은 사실이 김 위원장에게도 보고되면서 격리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 조사가 이뤄졌다.

보건 분야를 총괄하던 최상건 당 중앙위원회 비서겸 과학교육부장의 해임 배경에 이러한 격리시설의 관리 소홀 문제도 포함돼 있었다는 게 소식통의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당국의 전문 격리시설 설치 지시가 일부 주민들에게도 전해지면서 격리시설이 관리소(정치범 수용소) 같은 폐쇄 기관이 될 경우 심각한 인권 유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소식통은 “격리시설이 49호 병원(사회와 격리된 정신 질환 전문 병원)이나 관리소처럼 관리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번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기 힘들고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격폐 시설이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갇히거나 죽을 수 있지 않겠냐”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