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했으니 뼛가루 가져가라”…北 코로나 격리시설서 무슨 일이?

인권유린 참담한 수준...소식통 "격리자들, 제대로 된 약 처방 없이 배고픔·추위에 방치"

코로나 방역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전국 각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 방역사업 진행 상황을 전했다. 황해북도 신평군에서 방역사업을 진행하는 노동자들의 모습. /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인한 격리자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격리 시설 수용자들이 참혹한 환경에 놓여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기본적인 의약품이 없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식사와 식수 공급도 열악해 격리 중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17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코로나 의심자가 격리되는 격리시설은 총 9개로 황해도와 평안도, 함경북도, 함경남도, 양강도, 자강도, 강원도, 남포시, 라선(나선)시에 각각 1개의 시설이 있다.

평양에서도 코로나19 관련 증상자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일명 ‘혁명의 수도’ 평양에는 감염병 시설을 둘 수 없다는 당(黨)의 정책에 따라 평양 격리 대상자는 평안도 격리 시설로 이송된다.

이 시설들은 각 도(道)의 비상방역위원회 및 방역소가 직접 시설을 관리하고 중앙비상방역위원회가 총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한 내 코로나 격리시설은 격리 자체에 의미를 둘 뿐 진단이나 치료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일단 기본적인 약품도 갖춰져 있지 않다”면서 “의사가 있어도 격리자에 비해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환자 한 명 한 명의 상태를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격리시설 입소 후 중증 증상자에게만 해열제나 진통제 등이 처방될 뿐 대부분의 격리자에게는 증상이 있어도 약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또 시설 내에서 ‘코로나’ 또는 ‘감염병’이라는 단어는 언급하지 않아야 할 금기어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코로나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며 “감염병일 수 있다는  생각은 의사도 실제 격리된 사람들도 속으로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격리자들이 호소하는 더 큰 고통은 배고픔과 추위다. 시설에서 하루 세 끼 식사를 제공하지만 매끼 옥수수밥에 소금국만 나온다고 한다.

반찬이 거의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급식만 먹는 사람들은 영상실조에 걸리는 일이 다반사다. 때문에 격리 전 단순 발열만 있던 사람들도 격리 후 오히려 병을 얻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권력이나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은 시설 내 관리자에들에게 뇌물을 주고 수액을 맞거나 가족들이 보내는 사식(私食)을 먹을 수 있다.

이 또한 뇌물을 줄 여력이 있는 권력층의 특혜일뿐 일반 주민들은 가족에게 연락도 할 수 없고 특별식도 제공받지 못한 채 시설에 방치되는 수준이라고 한다.

더욱이 침상이 부족해 70%는 바닥에서 취침하는데 난방도 되지 않아 격리자들은 극심한 추위를 호소하고 있다. 온수도 제공되지 않아 자주 씻을 수 없기 때문에 개인 위생 상태도 좋지 않다는 게 소식통의 주장이다.

소식통은 “실제적으로 당국에서 격리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없지만 격리자들은 철저히 수칙을 지켜야 한다”면서 “면회가 절대 금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하루에 5번 열을 재고 의사와 준의(의학전문학교 졸업생), 간호원들의 요구에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전했다.

격리자들이 시설 내에서 지켜야 하는 수칙 중 또 다른 특이사항은 약은 가족이 직접 조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소식통은 “처방은 의사가 하지만 시설에서 약을 조제하거나 제공해주지 않는다”면서 “가족들이 직접 약을 구해서 보내줘야 하는데 이 또한 돈이 있는 집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북한 내 의약품 부족 실태의 심각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면회를 전면 금지시킨 이유는 혹시나 감염질병이 격리자를 통해 전파될 것을 우려한 조치이지만 격리시설 내부 실태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유로 당국은 격리시설에서 작성된 문서가 외부로 나가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있으며, 격리자들이 가족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구두(口頭) 전달은 가능하지만 기록 문서 형태를 외부로 유출시킬 수 없게 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격리시설에서 심각한 인권유린이 발생해도 외부와 연락이 단절돼 있기 때문에 은폐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특히 격리시설 안에서 사망할 경우 시신을 자체적으로 화장한 후 유골만 유족들에게 전달할 뿐 어떤 설명도 해주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완치되지 못하고 사망하면 뼛가루만 봉투에 담아 가족들에게 준다”며 “이게 진짜 가족의 뼛가루인지 다른 사람의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고가 없는 사망자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어디에 묻혔는지도 모른다”며 “가족이 있어도 연락 없이 실종된 사람들은 격리 시설에 있다가 사망한 사람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17일 ‘코로나19 주간 상황 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29일 기준 북한의 의심 증상자 수는 6,17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22일까지 확인한 5,368명보다 805명 더 늘어난 수치이지만 북한 당국 보고에 따르면 확진자는 여전히 1명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