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피해 본 함경남도 ‘긴급조치’…수재민들에 여관·합숙 내줘

북한 함경남도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주민 5000명이 긴급 대피하고 주택 1170여 호가 침수됐다고 조선중앙TV가 5일 보도했다. 사진은 물에 잠긴 주택들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북한 함경남도 일대가 폭우로 큰 피해를 본 가운데 도에서는 우선 주민들의 생활을 안착시키기 위해 긴급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에 “큰물(홍수) 피해로 도 여러 일대의 재난 상황이 알려지면서 긴급조치를 취할 데 대한 중앙의 방침이 내려지고 도당위원회는 수재민들의 생활을 안착시키기 위한 일차적인 사업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함경남도에는 이달 1일부터 심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주택 침수가 속출했고 농경지 역시 침수·매몰되거나 유실돼 주민들이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그중에서도 함경남도 중부의 정평군 일대와 너른 벌이 있는 함주군 일대, 바다를 낀 동북부 리원군 일대가 큰 피해를 봤는데, 북한은 일단 주택 침수로 생활 터전을 잃은 주민들에게 여관과 합숙, 구락부(클럽) 건물들을 내주는 등의 긴급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집이 침수돼 가정 비품들이 전부 물에 떠내려가 맨몸으로 한지에 나앉게 된 주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하며 눈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더욱이 주민들은 올해 농사에서 사생결단해야 하는 판인데 홍수 피해로 농사가 아주 망했다면서 낙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얼마 안 있으면 가을이고 또 겨울이 닥쳐올 것인데 집도 잃고, 먹을 것도 부족하고, 장사도 못할 형편이어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워낙 상황이 위급해 주민 대부분이 무조건 건사해야 하는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건지지 못하고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은 ‘사람의 목숨보다 귀한 것은 없다’면서 초상화를 구하지 못한 것을 추궁하지 않는 쪽으로 나가고 있어 큰 정치적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한편 앞서 북한 당중앙군사위원회는 지난 5일 함경남도 당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소집하고 피해 복구 대책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한 노동신문 보도(8일)에 따르면 당중앙군사위원회는 공병부대들로 피해지역의 파괴된 도로들을 시급히 복구하며 도에 주둔하고 있는 인민군 부대들을 함경남도당 군사위원회 결정에 따라 동원시켜 도의 역량과 협동 밑에 피해복구를 다그쳐 끝낼 데 대한 지시를 하달했다.

무엇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피해 복구용 주요 자재를 국가 예비분에서 해제해 긴급보장하도록 하면서 중앙에서 재정 물질적으로 함경남도 피해복구사업을 강력히 지원할 것을 명령했다.

실제 회의에서는 ▲피해복구 지역에 급파할 건설역량 편성, 설계선행, 자재수송 문제 토의 ▲도내 당·행정·안전·보위기관 책임일꾼들과 인민군대 군정 간부들로 피해복구지휘조 조직 ▲재해지역 주민 생활 안정을 위한 긴급대책과 비상방역사업 강화, 농작물 피해 최소화 방안 협의 등이 이뤄졌다.

아울러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까지 피해복구를 끝내도록 하는 결정도 전원일치로 채택됐다.

다만 소식통은 “도당은 수해를 극복하려면 우선 자재나 물자가 앞서야 하는데 코로나로 모든 게 부족한 형편이라 난관을 타개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에 각 기업소와 조직, 도내 주민들에게 수재민들을 도울 데 대해 호소하면서 벌써 세부담을 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