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덕 수해복구 투입 북한 군인들, 돌연 ‘노동자’로 신분 바뀌었다

소식통 "軍대열보충국, 가을 제대 대상자 현지 집단배치 결정...광물 생산 정상화 위한 조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남도 검덕지구의 수해복구 현장을 찾았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20년 10월 14일 밝혔다. 김 위원장은 “검덕지구가 앞으로 그 어떤 큰물(홍수)이나 태풍에도 끄떡없게 강·하천들의 강바닥파기와 장석쌓기를 잘하고 치산치수사업을 중시하여야 한다”라며 수해 예방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난해 함경남도 검덕지구 수해 피해복구 현장에 투입됐던 군인 중 가을 제대 대상자들이 조만간 현지에 집단배치될 예정이라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24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군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1일 군 대열보충국은 현재 검덕지구 피해 현장에서 복구 작업에 동원된 군인 중 가을 만기제대 대상자들 110여 명을 검덕지구 노동자로 배치한다는 대열명령서를 하달했다.

군 당국의 결정에 의해 이들이 귀가하지 않고 현지에 남아 노동자 신분으로 살아가게 됐다는 뜻이다.

이는 ‘탄원(스스로 청원하는 행위)’이라는 명목으로 조기 제대 대상자들을 협동농장과 탄광, 광산 등에 집단 배치한 조치의 연장선으로, 이 또한 개인적 의사와는 무관한 노동력 보충 차원의 사업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지난해부터 군 병력을 다수 투입, 검덕지구 광물 생산 정상화에 주력해 왔지만 현재까지 생산 가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집단 배치는) 올해 초 8차 당(黨) 대회를 기점으로 복무 연한을 줄였을 때부터 예견된 모습”이라면서 “부족한 인력은 앞으로도 인민군대에서 차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현지 부대 정치부 및 대열부에서 군인들에게 ‘무리배치 같은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고 한다. 이 또한 ‘공허한 약속’이 된 셈이다.

오히려 대열보충국의 지시를 받은 후 ‘총대를 착암기(암석을 폭파하기 위한 폭약을 장전하는 구멍을 만드는 기계)로 바꿔 들어라’는 식으로 태도를 돌연 바뀌었다.

심지어 부대에서는 “이제는 당과 수령을 위해 충성을 다할 때”라는 정치사상 교양을 내세우면서 집단배치 대상자의 명단과 개인 문건을 전부 검덕지구 광산 노동부(과)로 넘기는 등 신속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검덕광산
검덕광산. /사진=노동신문 캡처

그러나 군인들 사이에서는 “방침으로 떨어진 사항이라 꼼짝달싹 못하고 일생 돌광산 귀신이 됐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또한 현지 주민들의 분위기도 그렇게 썩 좋지 않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살림집 복구는 그럼 누가 책임지냐”는 지적이다.

장마철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건설이 더디게 진행돼, 아직도 동거하거나 합숙하고 있는 주민들이 더욱 불투명해진 살림집 완공을 걱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 지난 20일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검덕지구살림집건설장에서 연일 혁신’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인민군 장병들이 검덕지구의 광산마을들을 세상에 없는 광산도시로 훌륭히 일떠세우기 위한 건설공사에서 날마다 새로운 위훈을 세우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