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종이공장 들어온 파지 속에 혁명전통 인쇄물이?…내부 ‘발칵’

종이를 생산 중인 평성시종이공장 내부 모습.(기사와 무관)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 신암구역 종이공장이 모아들인 파지들 속에서 혁명전통 인쇄물들이 발견돼 현재 집중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31일 데일리NK에 “지난 21일 신암구역 종이공장에 들어간 파지 속에 많은 양의 혁명전통 인쇄물들이 섞여 있어 지금 수사 인원들이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앞서 신암구역 종이공장은 모아들인 파지에서 김일성 전집과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김일성 덕성실기 ‘인민들 속에서’ 등 이른바 혁명전통 인쇄물들을 발견하고 이를 신고했다.

소식통은 “파지들은 청진시 구역 안의 여러 학교와 공장, 기관들에서 수매 운동을 벌여 종이공장에 들어간 것인데, 일부는 도서관들의 도장까지 찍혀있는 귀한 도서들로 알려져 더욱 문제로 됐다”고 말했다.

도 보위국과 안전국은 신고를 받은 즉시 수사 인원들을 긴급하게 파견했으며, 도서관의 도서들이 유출된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소책자들을 지닌 개인들에게까지 화살을 돌려 집중검열에 나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수사 인원들은 도내 도서관들의 대출 대장과 열람 장부들을 다 뒤지고 있는가 하면 이런 특수한 혁명전통 도서들을 관리·보관하는 권한이 있는 도내 도서관과 당위원회, 개별 당 일꾼들은 물론 간부를 하다 연로보장(정년퇴직)을 받은 대상들까지 다 수사대상에 넣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소식통은 “이 사건은 종이공장 간부 가족들과 종업원들의 입을 통해 빠르게 퍼져 도내에 소문이 파다하게 났다”며 “사건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철없는 아이들이 이런 행동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하면서 만일 그렇다면 그 부모들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 보위국과 안전국 역시 사상 교양이 제대로 안 된 학생들이 한 짓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이는 단순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년단(조선소년단)과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의 지도원들이 파지 더미 안에 혁명전통 인쇄물이 있는데도 걸러내지 않고 종이공장에 보낸 것 자체가 문제라며 끝까지 사건을 파헤쳐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학교나 기관기업소들에서 월 파지 계획을 내리고 없는 파지를 자꾸 내라고 달구니 이런 것까지 나오는 것 아니냐” “소년단원들, 청년동맹원들, 개별 주민들까지 파지 계획을 하지 않으면 야단을 치니 손가락 잘라서 바치겠냐”는 등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