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비리 저지른 7총국 정치위원 공개처형…평양서 음모론 ‘솔솔’

평양시 1만 세대 살림집 건설 동원 병력까지 불러모은 채 총살 집행…인민군당 간부사업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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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 중구역의 미래과학자거리. /사진=북한 사이트 ‘류경’ 캡쳐

국가적 건설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북한 조선인민군 7총국의 50대 정치위원이 직권을 남용해 건설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이달 중순 공개처형된 것으로 31일 전해졌다.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7총국 정치위원(소장) 52세 류모 씨는 지난 15일 아침 10시 형제산구역 장마당 강둑에서 7총국 간부들과 군인 가족, 평양시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에 동원된 병력 등 3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공개처형됐다.

류 씨는 수년간 돈주들에게 선투자를 받고 아파트를 후분양하는 방식으로 건설 사업을 해오면서 배를 불리다가 정부(情婦) 신고로 붙잡혀 총살형에 처해졌다는 전언이다.

북한 당국은 그동안 아파트 세대수만 구체적으로 제시할 뿐 모든 건설 사업을 군부대에 일임해왔는데, 그 과정에서 건설부대 책임자들이나 지휘관, 당 일꾼들은 국가적 승인 없이 실내구조를 변경해 계획보다 세대수를 더 늘려 지어 돈을 벌어왔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특히 류 씨는 안면정실(학연·지연) 관계에 있는 돈주들과 결탁해 후분양을 약속하고 투자를 받아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주머니를 채우고, 그 돈으로 여러 명의 정부까지 거느려 왔다고 한다.

소식통은 “류 씨에게는 정부들이 여럿 있었고, 만경대구역 축전동에 그들과 만나는 별도 장소까지 마련해둘 정도였다”며 “그곳에서 20대 후반의 여성과 함께 있던 중에 또 다른 정부인 30대 중반의 여성이 찾아오면서 관계를 들키게 됐고, 이 30대 여성이 분노감을 느껴 중앙당 신소처리과 제2접수에 류 씨를 신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를 제기한 30대 여성 A씨는 호위사령부 산하 동양담배회사의 큰손 투자자로, 대대로 호위사령부 간부를 한 토대 좋은 집안의 딸로 알려졌다. 그는 류 씨와 만나면서 결혼도 마다해왔으나, 류 씨에게 또 다른 정부가 있다는 사실에 상당한 배신감을 느낀 뒤 결심을 품고 건설 비리를 고발하고 나섰다.

A씨는 아파트를 한 채 받기로 하고 돈을 투자하고 건설군인들 야식이나 간식도 보장했으나 아파트를 받지 못했다고 호소하면서 그동안 류 씨와 대화하며 녹음했던 파일까지 모두 중앙당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당 중앙위원회 규율조사부는 이번 사안을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축미학 사상과 당의 건축정치 방침에 어긋나게 사리사욕 채운 심각한 문제’로 보고 조사에 돌입했다. 군 검찰소가 나설 수도 있었지만, 신소 대상자 류 씨가 인민군당 정치일꾼이고 더더욱 신소 건이라 당 규율조사부가 나서 그를 잡아들였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당 규율조사부는 원수님의 사랑의 정치에 앞장서는 건설일꾼이 사명과 자각 없이 직권남용으로 사리사욕을 채운 것은 사상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류 씨를 시범껨(본보기)으로 공개재판하고 처형했다”고 했다.

다만 평양시 내에서는 류 씨가 체포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속전속결로 처형되자 “급히 총살한 것은 그와 연결된 당 간부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가 입을 열면 다칠 사람이 너무 많아 빨리 죽인 것이다”는 등의 음모론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당 규율조사부는 앞서 A씨가 제출한 녹음을 통해 7총국, 8총국, 공병국 등 건설부대 지휘관들의 비리 행위도 파악하고, 문제가 되는 인물 10여 명까지 모조리 잡아들여 군 보위국 영창관리대에 구류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당에서는 이번 사건이 터진 김에 대대적으로 인민군당 간부들에 대한 간부사업(인사)을 하겠다고 하는 상태”라며 “군 간부들의 비리를 캐서 처벌하는 일에는 앞으로 당 법무부와 군 보위국, 군 검찰소도 나서서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