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탈북 등을 방지하기 위해 전 국경 지역에 장벽과 고압선을 설치 중인 가운데, 자강도를 제외한 국경 3개 도(평안북도, 양강도, 함경북도)에서는 공사를 1, 2단계로 나눠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에 “자강도 국경 연선의 장벽, 고압선 설치는 현재 40% 정도 진행됐다”며 “자강도는 다른 국경 도(道)들과 달리 공사 단계를 나누지 않고 무조건 한꺼번에 공사를 끝낸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무인지경(無人之境)이 많은 자강도는 순서를 정해두지 않고 위원, 만포, 자성 등 전 국경 지역에 장벽과 고압선을 동시 설치 완료한다는 계획으로, 현재 기계화 부대를 포함한 건설 병력 5000여 명을 대거 투입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반면 평안북도와 양강도, 함경북도는 지역에 따라 공사 단계를 1, 2단계로 나눠 차례로 진행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먼저 평안북도의 장벽, 고압선 설치 상황에 대해 “지금 자재는 다 들어왔고, 무인지경과 절벽이 많아 사람이 근무 서기 힘든 룡천과 의주 쪽부터 1단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곳에는 3000명 정도가 들어왔는데, 가설 병영을 함께 지으면서 공사에 돌입하다 보니 진척 속도가 자강도보다 느려 지금 20% 정도 진행됐다”고 말했다.
평안북도의 경우 룡천과 의주가 1단계, 신의주와 삭주 등 나머지 국경 지역이 2단계 공사 지역으로 구분됐으며, 이에 따라 공사 소요 기간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가설 병영도 함께 지은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특히 소식통은 신의주가 2단계 공사 지역으로 분류된 것과 관련, “신의주는 강폭이 넓어 선박 등 수단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밀수나 도강(渡江)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은 김형직(후창), 김정숙(신파), 삼수, 대홍단 등 양강도 4개 군을 1단계 공사 지역으로 삼고 먼저 장벽과 고압선을 설치할 데 대한 지시를 내리고 현재 건설 병력 3000여 명을 투입한 상태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후창, 신파, 삼수, 대홍단은 다른 양강도 국경 지역보다 무인지경이 많은 곳들”이라며 “일단 이 지역에서는 지금까지 들어온 자재들로 장벽, 고압선 설치가 시작됐으나 본격적인 공사는 필요 자재가 다 들어오는 이달 말부터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 외 혜산, 보천, 삼지연 등 국경 지역은 2단계 공사 지역으로 분류됐는데, 이들 지역은 기존 국경경비 인원과 국경 봉쇄 작전을 위해 투입된 내륙의 군 병력이 상대적으로 많아 탈북 등의 행위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후순위로 밀렸다는 전언이다.
이밖에 함경북도는 1단계 공사 지역으로 지목된 무산, 온성, 회령에서 오는 15일부터 장벽과 고압선 설치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국경 지대에는 현재 1000여 명의 건설 병력이 들어와 있으나, 다른 국경 지대와 비교해 탈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추가로 3~4000명 정도의 인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렇듯 전 국경 지역에서의 장벽, 고압선 설치 작업이 본격화됨에 따라 현재 내부에서는 국경 봉쇄를 위해 들어와 있는 폭풍군단(11군단), 7군단 인원이 오는 10월께 철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실제 소식통은 “장벽과 고압선 설치가 완성되는 시점을 봐야 더 잘 알겠지만, 지금 국경에서는 폭풍군단과 7군단의 10월 철수설이 돌고 있다”고 했다.
한편, 북한은 올해 봄 초모(징집)로 7총국, 8총국, 공병국에 입대한 인원들을 장벽, 고압선 설치 현장에 투입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초모생들이 2개월 반 가량의 신병 훈련을 거쳐 정식 군인 신분이 되는 군인 선서를 하고 나면 곧바로 국경에 보낼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원래는 군인 선서 뒤에 전사 판대기를 달고 있다가 1년 뒤에 하급병사 계급을 다는데, 전사 판대기만 달고 가면 현지 주민들의 시선도 있고 하니 국경에 투입될 7총국, 8총국, 공병국 초모생들은 ‘배려줄’이라고 해서 6개월 만에 기한 전 승급을 시킨다는 말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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