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김정숙종합군관학교 1호행사 ‘0’ 불명예…허울 뿐인 ‘친아들 부대’

[북한 비화] 현지지도 없자 '계급적 토대정리' 사업 단행…주민들 졸지에 심심산골로 쫓겨나

인민군 부대를 사열하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의 역대 최고지도자들이 “나의 친아들 부대”라 칭하는 호위사령부의 유일무이한 장교양성소 ‘김정숙종합군관학교’는 창설 이후 지금껏 단 한 번도 1호 행사를 진행한 적 없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안고 있다.

북한에서는 아무리 국가적으로 중요하다 해도 현지지도, 1호 행사 단위가 아니면 ‘문제가 많은 곳’ ‘그리 중요치 않은 곳’ ‘안중에 없는 곳’ 등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이 때문에 실제 북한 내에서는 3대째 김씨 일가를 경호하는 호위사령부의 군관 양성기지가 1호 행사 단위가 아니라는 것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많다.

황해북도 상원군 로동리에 위치한 김정숙종합군관학교의 내부 조직은 정치부, 참모부, 후방부, 보위부 등 육·해·공군의 군관학교와 다름없는 체계로 구성돼 있고, 학제는 호위국 하전사를 장교로 양성하는 2년제 중등반과 기존 장교들을 한 단계 높은 지휘관으로 양성하는 3년제 대학반이 있다.

김일성 시대 창설 당시에는 대동강군관학교로 불리다 김정일 시대 김정숙종합군관학교로 개칭됐고, 이 이름은 현 김정은 시대에도 유지되고 있다.

김일성은 처음 대동강군관학교를 설립하면서 “나의 친아들 부대인 호위국 군관양성기지를 잘 운영 관리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 집권한 김정일은 “항일의 준엄한 전구(戰區)에서 수령님(김일성)을 한 몸으로 호위한 어머님(김정숙)의 숭고한 정신세계를 그대로 본받아 혁명의 수뇌부를 목숨으로 호위하는 진짜배기 충신으로 호위사령부 지휘관들을 키워내라”면서 교명을 김정숙종합군관학교로 바꿨다.

특히 김정일은 “내 친아들 부대 군관양성 원종장(原種場)에 수령님 동상을 모시도록 하라”라고 지시하면서 대사하치기전투에서 한 몸이 그대로 성새, 방패가 되어 사령관 동지(김일성)를 호위한 어머님(김정숙)도 함께 구성할 데 대한 형상안을 비준해 동상 제작이 이뤄지기도 했다.

7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전역에서 김일성과 김정숙이 함께 형상된 동상은 이곳 김정숙종합군관학교가 유일무이하다.

동상을 만들었을 때 김일성의 앞에서 싸창(권총)을 든 김정숙의 총구 방향이 평양으로 향해 동상을 다시 제작하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학교 측은 동상 제막 행사가 1호 행사로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고 한다. “나의 친아들 부대”라고 불러주며 아끼는 호위사령부의 군관양성소 동상 제막 행사에 최고지도자가 분명 걸음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상 제막 행사에는 물론 지금껏 김정숙종합군관학교에는 최고지도자들의 발길이 단 한 번도 닿지 않았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김정숙종합군관학교가 위치한 상원군 로동리에는 대부분 함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이 지역은 왜정(일제강점기) 때 지주나 부농들이 모여 살고 전쟁 시기에는 악질치안대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라며 “이후 이곳은 ‘말 반동’ 등으로 쫓겨난 사람들의 추방지가 됐고 계급적 토대가 견실치 못한 지역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역적 특성과 연결 지어 최고지도자의 신변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김정숙종합군관학교에서는 1호 행사가 단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오후 일정을 시작하기 위해 경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그러다 지난 2013년 호위사령부는 1호 행사를 한 번도 못 한 불명예의 원인을 학교 주변에 사는 불순 이색분자 가문 함씨들에게 돌리고, 황해북도 당위원회와 함께 그들을 모두 학교 주변에서 몰아내는 작업에 돌입했다. 현 집권자라도 현지지도를 오게 하려면 신변호위와 직결된 ‘계급적 토대 정리’, ‘주변 대열정리’를 해야 한다고 보고 곧바로 실행에 들어간 것이다.

졸지에 터전에서 쫓겨나게 된 주민들은 이불 짐을 싸 들고 당의 지시에 따라 황해북도 토산군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러나 말이 황해북도지, 강원도 철원군과 이천군에 인접한 더 깊은 골짜기 안으로 쫓겨간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다만 이런 작업이 이뤄진 지 무려 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김정은은 김정숙종합군관학교를 찾지 않고 있다. 소식통은 “김정숙종합군관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은 1호 행사를 못 하는 곳에 자리 잡은 것 자체가 잘못이라면서 창설 당시 학교 부지를 잡은 이들을 탓하고 있다”면서 “1호 행사를 단 한 번도 못 한 것은 호위사령부의 수치이자 오점이고, 친아들 부대라는 것은 허울일 뿐이라는 불만도 털어놓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역대 김정숙종합군관학교를 방문한 가장 높은 직책의 간부는 오랫동안 호위사령관을 지낸 리을설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2016년 중순 김정은은 김정숙종합군관학교의 명칭을 리을설호위종합군관학교로 개칭했다. 그러나 현지시찰은 단 한번도 없었다.

리을설호위종합군관학교로 개칭된 이후에도 호위국 내부에선 오랫동안 입에 붙은 김정숙종합군관학교로 불리우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