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동맹 ‘김정은 서한’ 통달 중…이달 말에는 문답식 학습경연도

청년동맹원들 '보고서감' 되지 않으려 암기에 열심…주민들 "손전화세대 사상교양한다고 되겠나"

북한 노동당의 외곽단체인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이 10차 대회에서 단체명을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으로 개칭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4월 30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의 외곽 청년단체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이 앞선 제10차 대회 당시 내려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한을 통째로 외우는 학습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달 말에는 전체 청년동맹원을 대상으로 하는 문답식 학습경연이 치러질 예정이라는 전언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7일 데일리NK에 “김정은 동지께서 청년동맹 제10차 대회에 보내신 서한을 통달하는 학습이 지금 전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청년동맹원들이 여러 쪽 되는 서한 암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청년동맹 10차 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달 29일 ‘혁명의 새 승리를 향한 역사적 진군에서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의 위력을 힘있게 떨치라’는 서한을 통해 청년동맹이 틀어쥐고 나가야 할 3가지 과업과 그 수행 방도를 밝혔다.

그리고 다음 날인 30일 평양에서는 리일환 당 비서 겸 근로단체부장이 출연한 강습이 진행됐는데, 이와 관련해 신문은 “강습에서는 전 동맹이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대회에 보내주신 서한을 깊이 연구 학습하고 서한에서 제시된 강령적 과업을 철저히 관철하여 동맹사업에서 일대 혁명적 전환을 일으킬 데 대한 사상이 강조됐다”고 보도했다.

이후 청년동맹 중앙위원회는 김 위원장의 서한을 중심으로 한 문답식 학습경연의 형식과 틀을 정한 요강을 각 단위에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 청년동맹원들은 5월 셋째 주까지 김 위원장의 서한을 학습하고, 마지막 주 한 주 동안에는 경연에 나선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경연은 김정은 동지 서한이 기본이고, 김정은 동지 명언과 새로 나온 혁명가요까지 포함해서 각각의 문제에 답을 하는 방식”이라며 “중앙 청년동맹은 ‘청년들은 당이 부르는 주요 전구(戰區)에 달려 나가고 천리마시대 청년 선구자들과 같이 당의 뜻을 받드는 것을 인생 좌표로 삼아야 한다’면서 문답식 학습경연의 의미를 밝혔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식통은 “중앙 청년동맹은 ‘청년들이 당의 혁명사상을 투철히 무장하고 신념으로 간직하는 것이 청년사업의 주요 고리를 풀 수 있는 선차적인 문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청년동맹은 이번 문답식 학습경연의 결과를 상급 당 조직에 보고할 예정인데, 경연 성적이 나쁜 몇몇은 주, 분기, 연별 생활총화 때마다 보고서에 이름이 올라 지탄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소위 ‘보고서감’이 되지 않으려 학습에 열심인 상황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다만 청년동맹 대회 이후의 상황을 지켜본 일반 주민들은 “지금 조직적으로 청년들의 사상을 강화하고 있지만, 그렇게 조인다고 ‘손전화(휴대전화) 세대’가 달라지겠느냐”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소식통은 “지금의 2~30대는 천리마시대의 2~30대와는 다르기 때문에 옛날식으로 옥죄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주민들은 생각한다”며 “지금 손전화 세대들은 통제가 안 되는데 사상적으로 교양한다고 되겠느냐, 정수분자들만 골라 입당시키는 것처럼 차라리 청년동맹원도 선별적으로 받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더욱이 내부 주민들은 청년동맹의 명칭이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으로 변경된 것을 두고서도 점차 개인주의적, 비사회주의적 성향이 짙어지는 청년들을 사상적으로 통제하겠다는 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이번 대회의 알짜(핵심)가 천리마시대 청년 선구자들처럼 되라는 것인데, 그만큼 당에서도 청년들의 사상이 많이 이지러졌다고 보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그래서 주민들 속에서는 수령님 때 사회주의 부강조국을 위해 힘쓴 청년들의 애국정신을 본받으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그렇게 단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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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북한 당국은 이번 청년동맹 대회 당시 참가자들을 3명씩 묶어서 한 방에 묵게 하면서 대체로 음식을 방으로 넣어주고 하루에도 수 차례 발열 상태를 확인하는 등 방역에 각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숙소에서 주는 식사량이 너무 적어 참가자들이 대회 전 기간 배고픔에 시달렸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앞서 대회 참가자들에게는 간식을 준비하라는 내적인 지시가 내려졌지만, 이들은 1호 행사로 예견된 만큼 먹을 것이 잘 보장되리라 여기고 손 놓고 있다가 결국 대회 기간 내내 배를 곯았다는 것이다.

이밖에 소식통은 청년동맹 대회 개최 보도가 이틀 뒤에야 나온 것과 관련, “미리 취재도 하고 준비도 했으나 대회 1면 보도에 대한 중앙당 선전부의 비준 지시가 떨어지지 않아 28일에는 안 나온 것이라고 한다”며 “소문으로는 개막 행사를 1호 행사로 한다고 해서 1면 조판(초판)을 다 짜놨다가 1호 행사를 안 하는 바람에 조판을 아예 바꿨다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전날에 있었던 주요 행사나 사건 소식을 이튿날 오전에 내보내는 것이 노동신문의 통상적인 보도 관행이지만, 지난달 27일 개막한 청년동맹 대회는 28일이 아닌 29일 1면에 처음으로 실려 궁금증을 자아냈다. 실제 신문은 대회 개최 다음 날인 28일 1면을 청년동맹 대회와 직접적 연관성이 없는 논설 등으로 채웠고, 청년 관련 기사들은 2면에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