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외화보유 실태를 조사하고 저축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 주민들의 일반적인 거래에 외화사용을 금지하려는 의도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북한의 각 지역 인민위원회 재정부가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 수량을 신고하라고 했다”면서 “여기에 외화는 무조건 은행에 저금하고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라고 강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국가 무역 은행들이나 주요 지방은행들에 발행한 체크 카드와 연동해 사용하라는 지시의 연장선으로 보인다.(▶관련기사 : 북한판 위챗페이 ‘울림 2.0’ 출시… “QR코드로 간편결제”)
북한 당국은 지난해 주민들이 간편송금과 결제에 사용하던 전화돈 매매를 금지했다. 그러면서 송금은 은행, 간편 결제는 별도의 앱을 이용하라고 지시했다.(▶관련기사 : 전화돈 매매 금지, 주민에도 ‘불똥’… “충전 카드 무용지물”)
당시 소식통은 본지에 해당 지시는 당국이 주민들의 외화를 흡수하는 동시에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대다수 사람이 시큰둥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이번 외화조사와 외화 예금 지시는 조금 더 강제성을 띠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이 정책에 협조적이지 않자 더 강하게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국 통화 대신에 외화가 통용되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 현상을 차단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내화 가치가 계속해서 떨어지게 되면 북한 당국은 통화정책을 이용한 경기 부양, 물가 및 환율의 변동성 대응 등이 어려워진다. 이는 주민 생활의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는 현상에 당국이 대응할 힘이 약해져 자칫 통치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5년 전국재정은행일꾼대회에서 내화 사용률을 높이고 은행을 정상화하는 일이 국가재정을 튼튼히 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렇지만 북한은 지난 2009년 화폐개혁에 대한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을 경험한 바 있어 주민들의 재산을 흡수하는 방식에 신중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번 외화 유치 방식과 정책 방향은 상당히 급진적이고 강제성을 띠고 있다. 당연히 주민들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식통은 “국고에 외화보유량이 감소하자 주민들의 주머니를 털어내려는 수작이라면서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이 많다”며 “그렇지만 이번 지시가 어떻게 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된다면 과거처럼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실제, 북한은 지난 2014년에도 외화사용금지령과 강제 교환 지시를 내렸지만, 주민들의 반발과 참여부족으로 인해 흐지부지된 바 있다.(▶관련기사 : “北, ‘달러·위안화 내화로 바꿔라’ 지시…외화확보 의도”)
한편, 이번 지시가 향후 일반적인 거래에 외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규제하려는 의도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정부 당국의 지침에 의해 차후 개인이 시장이나, 상점들에서 외화사용은 금지될 것”이라며 “외화는 무역 기관이나, 외화벌이 기관, 그리고 외화상점에서나 사용범위가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수적으로 외화를 사용해야 하는 무역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은행에 예치해 관리하면서 내화 사용을 촉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주민들이 당국과 제도권 금융을 강하게 불신하고 있어 해당 정책이 원활히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